* 본 게시물은 외부 기고를 통해 8월 24일에 외부 링크에 발행된 글을 옮겼습니다.
오랜만에 새로운 폼팩터의 제품이 나왔습니다. 헬스케어 제품과 반지 형태를 결합한 '스마트 링'인데요, 오우라 링이 선두를 달리고 있고, 그 뒤를 중국 심천의 이상한(...) 제조업체들이 쫓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도 절대반지 싸움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긴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반지 형태의 제품이 미래 헬스케어, 특히 트래킹의 핵심이 될 수 있는 폼팩터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궁금증이 컸습니다.
SAMSUNG Galaxy Ring (EP-QQ50X) 9호 | |
운영체제 | Zephyr RTOS |
하드웨어 제원 | 7.0 x 2.6mm (2.7g) |
케이스 제원 | 48.9 x 48.9 x 24.5mm |
탑재 센서 | 가속도, 광학 심박, 온도 센서 |
메모리 | 8MB |
배터리 | 19.5mAh |
갤럭시 링의 디자인은 이쁘다고 하기에는 조금 어렵지 않나 싶은 생각입니다. 현재 시장에 판매되는 대다수의 스마트 반지가 그렇듯이 이 친구도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가젯'을 착용하고 있다는 느낌에 더 가깝지 않나 싶거든요. 마치 삼성의 원형 스마트워치인 기어S2가 출시되기 전, 사각형 모양으로 카메라까지 달린 기어S를 손목에 차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요. 일반 반지와 다르게, 스마트 반지는 내부에 배터리를 비롯한 전자부품이 탑재되어야 하기에 어느 정도 체적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일반 반지보다 컬러가 제품 인상에 차지하는 영향이 절대적이죠.
그러나 컬러가... 애매합니다. 분명 MWC2024에서 선보인 갤럭시 링의 시제품은 유광 느낌이 나는 은색의 CMF였는데, 왜 정식 출시 제품에서는 골드를 제외한 나머지 색상이 전부 매트한 계열로 바뀌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금색은 흰색 아우디에 몸에 문신이 여기저기 있고 팔근육 빵빵한, 왕만한 금목걸이 걸고 다닐 것 같은 형님들이 좋아할 것 같은 디자인이고, 매트 블랙은 거의 목업을 끼고 있지 않나 싶은 느낌, 실버는 무난하지만 매트한 마감 덕분에 목업과 실제 제품 사이의 어딘가에 있는 느낌이 듭니다. 총 3가지 색상이 있는데, 3가지 색상 모두 CMF는 다소 아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갤럭시 링은 센서가 손바닥 면 쪽에 있어야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특정 위치로 착용하도록 안내되는데요, 아래쪽에 있는 직선 모양의 돌기로 쉽게 반지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역시 손가락으로 만졌을 때 구분감이 확실하여 굳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 쉽게 정착용은 가능합니다만, 이쁘지는 않아서 이 디자인 큐를 바꾸면서 사람들에게 어떻게 확실하게 위치에 대한 피드백을 줄지는 고민해 볼만한 포인트입니다.
두께
갤럭시 링의 두께는 2.6mm 수준인데, 갤럭시 링과 가장 가깝다고 평가받는 시장 선도 제품, 오우라 링의 2.5mm와 거의 유사한 수준입니다. 블랙을 제외한 다른 색상의 경우 내부와 외부를 각각 다른 색상으로 처리하여 얇아 보이게 디자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 반지에 비해서는 꽤 두껍지만, 내부에 다양한 부품이 들어가는 스마트 액세서리 관점에서 봤을 때는 꽤나 얇은 수치죠. 삼성은 반지의 중앙 부위를 오목하게 처리해놔서, 실생활에서 흠집을 줄임과 동시에 양 손가락을 맞붙이고 있는 상황에서 반지에 다른 손가락이 간섭되는 현상을 최소화하고자 하였습니다. 그 덕분에 기구를 사용하여 운동하는 상황에서도 (흠집이 신경 쓰이지 않는다면) 반지를 굳이 빼지 않아도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무게
갤럭시 링의 혁신은 CMF나 생김새가 아닌 무게에 있습니다. 손가락은 활동이 잦은 부위이고, 중량을 지지할 수 있는 종류의 근육이 붙어 있지 않기 때문에 반지가 무겁다면 자연스럽게 손가락에 무리가 갈 수 있습니다. 오우라 링 (Oura Ring) 무게가 4g~6g 정도인데, 갤럭시 링은 2.3g에서 3g 수준으로 거의 절반 정도의 무게입니다. 갤럭시 링을 '첫 반지'로 끼신다면 무겁게 느껴질 수 있지만, 스마트 링 형태 제품이 아닌 일반 기성품 액세서리 반지들이 대략 3g 혹은 그 이상 정도 합니다. 무게로만 보면 일반적인 반지와 큰 차이가 없는 것입니다. 갤럭시 링의 무게는 사이즈마다 차이가 있고, 자세한 정보는 아래와 같습니다.
사이즈 | 무게 |
5호 | 2.3g |
6, 7호 | 2.4g |
8호 | 2.6g |
9호 | 2.7g |
10,11호 | 2.8g |
12, 13호 | 3.0g |
충전 케이스
갤럭시 링의 충전 케이스는 꽤나 고급스러운 액세서리 보관대처럼 만들어져 있는데요, 실제로 반지 케이스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처럼 보입니다. 투명한 외관에 아래쪽에는 미끄러짐 방지 패드가 붙어 있고, 위에서 봤을 때 안이 들여다보이는 구조로 링이 충전 중인지 아닌지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센서 부위가 살짝 파여 있는 홈이 있어서 링을 특정 방향으로만 충전 가능하게 되어 있으며, 링을 빼서 넣을 때 어차피 센서 부위가 앞으로 오는 쪽으로 넣어지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충전을 시킬 수 있습니다.
케이스 뒤쪽으로 USB-C 타입 충전 단자가 위치하고 있으며, 케이스를 완전히 개방한 각도에서도 케이블 간섭 없이 충전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갤럭시 링의 케이스는 여닫을 때마다 링 주위에 바닥면 발광을 통해 빛을 내줍니다. 자세한 시나리오는 아래와 같습니다.
동작 구분 | 실행 동작 |
링 없이 버튼 짧게 1회 누르기 | 웰컴 라이트 -> 케이스 배터리 잔량 표시 |
링 충전 중이면서 버튼 짧게 1회 누르기 | 링 배터리 잔량 표시 |
길게 누르기 | 페어링 모드 |
케이스에 있는 배터리를 알리는 인디케이터는 고급스럽고, 또 광량이 충분하여 유용합니다. 링이 담겨 있는 상태에서 케이스를 열면 링의 배터리 잔량을 보여주고, 링이 담겨있지 않은 상태에서 케이스를 열면 케이스의 배터리 잔량을 알려주는 구현은 꽤나 영리합니다.
웰컴 라이트를 줘서 감성적인 부분을 챙기겠다는 의도 역시 좋으나, 웰컴 라이트가 과하게 남용되는 현재의 구현을 고칠 필요는 있습니다. 지금은 케이스를 열면 인디케이터가 한 번 빛난 뒤에 배터리 잔량을 알려주는데, 이를 위해 사용자는 웰컴 라이트가 동작하고, 인디케이터가 동작하기까지 적어도 2초가량 걸리는 시간을 기다려야만 합니다.
이는 마치 지하철 노선도 같습니다. 서울 지하철 내부 스크린에 나타나는 노선도, 혹은 역 정보는 짧은 시간 동안만 표출되죠. 좋은 경험은 아니지만, 광고를 보라고 수익화와 연결되어 의도적으로 불편하게 만들어 둔 것입니다. 맞는 방법인지 아닌지는 논란이 있습니다만, 맥락을 따져보면 그럴싸하죠. 그러나 사용자가 배터리 잔량을 확인하기 위해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것은 수익화와 연결되는 부분이 아닙니다. 감성적인 건 맨 처음, 기기를 구매하고 처음 열었을 때 Out Of the Box Experience에서 그 설레는 감정을 잘 반겨주면 될 일입니다. 이 부분도 업데이트를 통해 수정되거나, 차기작을 개발할 때 고려가 되면 좋겠습니다.
배터리
갤럭시 링은 삼성의 공식 스펙 기준으로 대략 6일~7일 정도 간다고 서술되어 있습니다. 이는 사이즈별로 갤럭시 링에 탑재된 배터리 양이 다르기 때문인데요, 사이즈 별 정격 용량과 지속시간은 아래와 같습니다.
사이즈 | 배터리 정격 용량 | 지속 시간 |
5, 6, 7호 | 18mAh | 최대 6일 |
8, 9, 10, 11호 | 19.5mAh | 최대 6일 |
12, 13호 | 23.5mAh | 최대 7일 |
9호 기준으로, 딱히 충전을 신경 쓰지 않아도 배터리에서 불편함을 느껴본 적은 없습니다. 딱히 충전을 신경 쓰지 않아도, 집에 와서 가끔 반지를 벗어야 할 때 케이스에 넣어두기만 하면 충전도 금방금방 됩니다. 연속 착용 기준으로 삼성에서 이야기한 대로 거의 6일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케이스 배터리에는 다소 불만이 있는데, 링의 배터리는 꽤 오래가지만 케이스가 그렇지 않습니다. 최대 충전 용량의 1.5배 정도 충전할 수 있는 케이스의 배터리는 너무 적습니다. 무게라던가 이런저런 타협할 요소들로 인해 적은 용량이 들어간 것 같습니다만, 차기작을 개발할 때는 케이스가 못해도 링을 2회 정도는 충전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활용
갤럭시 링은 10ATM, IP68 등급의 방진방수를 지원합니다. 손 씻을 때 비누로 씻어도 흐르는 물에 잘 씻어 말리면 되고, 바닷물에 들어가도 흐르는 물에 잘 씻어 말리면 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사이즈가 사이즈인지라, 끼고 씻는 게 약간 불편해서 벗어놓고 손을 씻게 되더라고요.
갤럭시 링은 기본적으로 스마트워치에서 지원하는 대다수의 기능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알림 LED, 알림 진동도 없죠. 링은 휴대전화로 데이터를 보내기만 할 뿐이고, 휴대전화로부터 어떠한 데이터를 수신 받아 사용자에게 알려주는 피드백은 전무합니다. 삼성이 1세대 제품을 만들면서 1세대 제품에 모든 것을 다 욱여넣어야 한다는 자세를 버린 것은 훌륭합니다. 예전 웨어러블을 처음 만들 때의 삼성이었다면 워치에는 카메라도 있어야 하고, 이어폰에는 심박 센서도 있어야 하고, 이런 식으로 억지로 이기종 요소 통합을 이뤄내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제품을 기획했을지도 모르는 일이거든요.
갤럭시 링을 한 달 동안 착용하면서 느낀 건데, 확실히 워치를 착용하는 것보다 편합니다. 제가 수면 측정용으로 워치를 끼고 잠을 잔 지 5년 정도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가끔 밤에 불편함을 느껴 깨거나, 아침에 일어났는데 워치가 풀어져 어딘가에 뒹굴고 있는 일이 있습니다. 워치에서 불편함을 느껴, 수면 중 무의식적으로 워치를 벗었다는 이야기겠죠. 수면의 질을 관리하기 위해 쓰는 장비가 수면을 방해하는 아이러니가 있었습니다. 스마트 밴드를 쓰면 조금 더 나았을 것 같지만, 수면만을 위해 피트니스 밴드를 구입하고, 잘 때는 워치를 벗고 밴드로 갈아끼는 일도 좀 그렇긴 하죠.
링이 측정하는 항목은 심박수, 수면, 그리고 운동입니다. 운동의 경우 다양한 운동 중 걷기와 달리기를 자동으로 인식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기구운동과 같이 손을 활용하여 하는 운동은 반지 폼팩터에서 제대로 측정하기가 힘들다 보니, 상대적으로 측정이 원활한 기본적인 운동 위주로 지원하는 모습입니다.
데이터는 각 제품의 차이를 볼 수 있는 데이터로 가져왔습니다. 갤럭시 워치는 측정되었던 값 중에서 유달리 나빴던 데이터라서, 모든 값이 이렇게 나쁘지 않다는 점만 참고해 주시고. 보시면 워치는 군데군데 빈 값들이 보이는데, 링은 비교적 촘촘하게 측정되죠. 그럼에도 중간중간 점처럼 찍혀 있는 구간이 있긴 합니다. 워치랑 링을 같이 착용하고 자면, 빈칸이 없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그래프가 나옵니다. 워치와 링을 함께 착용하면, 갤럭시 링은 심박수와 수면 정보만 트래킹하고 나머지 정보는 워치에서 측정하도록 넘겨 버립니다. 만약 워치의 배터리가 부족하다면, 워치가 측정하던 항목들은 다시 링으로 돌아갑니다. 링이 측정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거나 링의 착용이 해제되면 다시 워치로 측정이 돌아가게 되죠. 서로가 서로를 상호보완하는 구조로 동작할 수 있는 셈인데, 삼성처럼 웨어러블 제품군에 대한 종합 생태계가 구축된 기업이기 때문에 이런 접근이 가능한 것입니다.
갤럭시 링이 보내주는 수면 데이터는 거의 정확해 보입니다. 워치에서 보고하는 값과 링에서 보고하는 값이 추세에서 크게 벗어난다거나 하지 않고, 그동안 다양한 센서 값을 종합해서 보여주던 '수면 점수'가 기계를 바꿨다고 들쭉날쭉하거나 그런 경향도 없었습니다. 단, 산소포화도 (혈중 산소)의 경우는 전통적으로 사람이 누워서 자는 경우 측정값이 부정확하게 들어오는 이슈가 있습니다. 링도 해당 문제를 피해가진 못 했기에, 옆으로 누워자는 습관이 있다면 혈중 산소 데이터는 참고용으로만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운동 정확도는 개선이 필요할 듯
다만, 수면 데이터 이외 트래킹 되는 정보들, 특히 운동 정보에 대해서는 센서의 데이터를 걸러서 들고 오는 알고리즘의 개선 필요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정확도 이슈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제가 쓰면서 느끼기에, 반지를 착용하지 않고 책상에 올려두는 경우라거나, 손으로 오밀조밀하게 뭔가 활동을 하는 경우에 들어오는 무효 값 보고를 알고리즘이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센서는 기본적으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데이터를 보내게 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정황적인 판단과 다양한 값들의 조합으로 지금 센서에서 인입되고 있는 값이 정확한 데이터인지 아니면 쓰레기 값인지 판별하여 버리는 것은 소프트웨어의 몫입니다만, 갤럭시 링은 그 부분이 아직 부족한 느낌입니다. 그래서 그나마 단독 생활 트래킹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반지를 벗은 상태에서는 무조건 곧바로 케이스 안에 넣어 센서의 잘못된 입력값 전송을 차단한다거나 하는 나름의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아마 이런 부분들은 향후 알고리즘 고도화 업데이트를 몇 번 해서 해결할 수 있겠죠.
Galaxy Ring | Galaxy Watch 7 | Galaxy Watch 6 Classic | |
측정된 거리 | 5.12km | 4.73km | 4.77km |
평균 페이스 | 8' 25" | 6' 40" | 6' 38" |
평균 심박수 | 133bpm | 171bpm | 169bpm |
별도 걸음 측정 | 5243 | 5172 | 5013 |
이 데이터를 측정한다고 더미도 만들고, 나름대로 고생을 좀 했습니다. 위 데이터는 공원 한 바퀴를 뛰는 동안 각각의 기기들이 어떤 측정 데이터를 반환했나 측정한 것입니다. 제가 걸음수를 일일이 세면서 뛰지 않는 이상 소비자 레벨의 웨어러블 기기 특성상 여기서 어떤 데이터가 정답에 가까운지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어떤 기기가 대세에서 벗어나 있는지 정보는 파악이 가능하죠. 보시면 갤럭시워치6과 갤럭시워치7은 거의 유사한 수준의 측정값을 반환했습니다. 그러나 갤럭시 링 혼자 대세에서 벗어난 데이터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면 측정 시 심박수와 다르게 운동 중, 활동 중 움직이는 환경에서의 심박수 측정이 다소 부정확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제스처
갤럭시 링의 제스처는 링을 차고 있는 손가락을 엄지와 두 번 맞닿게 하는 방식입니다. 손목보다도 활동량이 많은 손가락에 끼는 형태의 제품이기 때문에 일상 활동과 제스처 동작이 명확하게 구분되어야 하는 이슈가 있기 때문에 이 방식이 오동작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일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현재 시점에서 링에서 지원하는 제스처는 알람 끄기와 카메라 제어입니다.
갤럭시 링의 제스처가 다중 동작을 지원하지 않는 것은 장점입니다. 제스처를 인식하는 동작이 '단 하나'로 제한되는 상황이라면, 복잡한 형태의 미디어 제어는 불가능합니다. 디폴트 인식이 '두 번'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미디어 제어에서 공유되고 있는 '싱글 탭 - 재생/정지, 더블 탭 - 다음 곡, 트리플 탭 - 이전곡'의 큐를 활용하기 어렵죠. 거기에 더해 미디어는 운동, 수면과 같은 다양한 일상의 행동과 중첩되어 일어나고, 이 상황에서 사용자의 인지 우선순위를 꽤나 많이 가져가게 됩니다. 미디어에 제어 우선권이 주어진다면, 미디어를 재생하는 동안 일상의 모든 것을 컨트롤할 수 없게 되죠. 미디어 제어는 휴대전화와 버즈 쪽에 일임하고, 제어 기능을 별도로 넣지 않은 것은 현명한 선택입니다.
링의 폼팩터는 피드백 수단이 극히 제한되기 때문에 제스처가 중간 과정을 도출해 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링의 제스처는 어떠한 최종 동작을 실행시키는 트리거가 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삼성이 만들어둔 것처럼 '알람이 울리고 있는 상태에서 링의 제스처를 통해 알람을 끈다'가 대표적인 예시죠. '카메라가 켜진 상태에서는 카메라를 찍는다' 역시 그 관점에서 꽤 괜찮아 보입니다.
그러나 링을 사용하다 보면, 제스처 콘셉트에 대한 약간의 의구심이 생깁니다. 저는 링이 피트니스 트래커로의 역할을 하려고 했다면, 자주 실행하는 운동 측정을 수동으로 실행하는 방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구 운동을 하는 사람은 주기적으로 기구 운동을 하고, 러닝을 하는 사람들은 주기적으로 뜁니다. 갤럭시 링은 삼성 헬스 기반으로 자동 측정만 가능합니다. 그러나 자동 측정은 나의 운동 시작과 끝을 정확하게 탐지하지 못하죠. '활동 트래킹'은 그냥 24시간 나의 모든 행동을 추적하면 되지만, '운동 트래킹'은 내가 의도적으로 '운동'으로 인지한 구간을 측정하고 그에 대한 데이터를 보여줘야 하는 특징이 있는데, 자동 트래킹은 내가 '공원까지 걸어가서 공원을 뛴다'라고 하면, 걷고 뛰는 것에 대한 데이터를 개략적으로 합쳐 보여줄 뿐입니다. 갤럭시 링에 수동 운동 측정 옵션이 없기 때문에 내 의도대로 측정이 불가능하고, 덕분에 제품의 의미가 상당히 반감되고 있습니다.
물론, 갤럭시 링을 사용해 보면 지금의 형태가 삼성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한 형태라는 것을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수동 측정을 하려면 특정 운동을 단축키로 실행하듯 제스처 동작과 매핑하는 방법이 필요한데, 피드백 수단이 제한된 단말에 동작을 추가하는 것이다 보니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는 것도 시간이 필요하고, POC 역시 오래 걸릴 것이고, 인터페이스를 설계하는 것도 쉬운 일만은 아닐 테니, 시간적 여유가 있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이미 다른 제품에 이식되어 있으며, S펜과 워치를 비롯한 웨어러블 제품군 사이에서 공유되는 '카메라 원격제어'가 여기에 적용된 것은 어느 정도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삼성이 이 제품을 '갤럭시 워치의 연장형'으로 생각한 것이 맞다면, '카메라 조작'과 같은 개인적인 기준에서 다소 어처구니없는 시나리오가 탑재된 것인지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관심법을 해보면, S펜, 워치와 같이 '원격 실행'이 가능한 종류의 제품이 카메라 원격 촬영 기능을 담고 있으니, 같은 맥락으로 휴대전화에 '원격으로 연결'할 수 있는 이 제품 역시 같은 기능을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생태계라고 해서 같은 기능이 여기저기 있어야 한다는 소리는 아닐 것입니다. 사용자는 각 제품마다 달라지는 사용 방법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고, 폼팩터가 다르면 같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큰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갤럭시 버즈에 심박수 트래킹 기능을 기대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이콘X 시절에 있긴 했는데 사라졌죠.) 생태계니까 어떤 기능이 A 제품에서도, B 제품에서도, C 제품에서도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조금 곤란합니다. 각 제품이 잘하는 영역을 분리해서 제품군이 가지는 특성을 명확하게 가져가야죠.
링을 피트니스 트래킹 디바이스로 홍보하고 있는 전략은 잘 했는데, 피트니스 트래커와 카메라 제어와의 유사성은 많이 떨어집니다. 카메라 제어 기능은 링이 '할 수 있는 것'에 가깝지,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제 관점에서 '해야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수동 운동 측정 개시 기능도 있고, 카메라 조작 능도 있었다면 카메라 제스처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결론
만약 여러분이 가벼운 피트니스 트래커를 찾는다면, 반지와 같은 폼팩터는 꽤나 매력적인 물건일 것입니다. 물론 시장에 저렴한 종류의 피트니스 밴드들이 있고, 걸출한 스마트워치들이 있지만, 각자 제품에 기대하는 니즈가 다를 것입니다. 피트니스 밴드를 별도로 쓰긴 좀 그렇고, 워치를 사용하자니 너무 헤비 하다고 느끼는 사용자라면 갤럭시 링 정도로도 만족할 수 있을지도 모르죠.
그러나 이 제품을 단독으로 사용하는 상황을 삼성이 상정하긴 했는가에 대해서는 고민이 다소 필요합니다. 기술적으로나, 가격적으로나, 폼팩터의 특성으로 보나 반지 형태의 제품이 메인스트림 라인업들을 대체하기 힘들다는 것은 어느 정도 스타트업 선도 업체들의 선행 제품들로 검증이 된 것 같습니다. 아마 삼성도 같은 모험을 반복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죠. 삼성은 기존에 만들던 웨어러블 풀세트가 있습니다. 스마트워치도 있고요, 피트니스 밴드도 있죠. 적어도 이들과 함께 사용했을 때 어떠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 그쪽으로 파는 편이 현명하리라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오우라링과 비교해 갤럭시 링은 구독 서비스가 없습니다. 오우라링에 $299~$349 수준의 가격을 지불하고 별도로 달마다 $6.9를 낸다고 가정했을 때, 오우라링을 1년만 사용하면 갤럭시 링의 최종 지불가와 유사한 금액대를 지출하게 되는 것이죠. 경쟁 제품들과 비교해 보면 갤럭시 링은 비싼 제품이 아닙니다. 다만, 문제는 '피트니스 트래킹 기능을 하는 반지에 사람들이 50만 원을 지출할 의향이 있는가'겠죠.
지금 출시되어 있는 1세대 갤럭시 링은 갤럭시 워치의 확장팩이라고 보면 좋습니다. 메인으로 사용했을 때 100%에 가까운 무결성을 보증하지는 못하지만, 워치와 함께 사용할 때 워치가 지고 있던 짐을 나눠서 부담해 주는 느낌인 것이죠. NFC 미탑재와 같은 결정들이 하드웨어 관리 (배터리 및 집적도) 때문일 확률이 높지만, 현재는 단독 실행 기능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더더욱 갤럭시 워치의 확장판 느낌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갤럭시 링이 소비자들의 진짜 니즈와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링의 포지션을 시험하기 위해 내놓은 파일럿 성격의 물건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소비자들의 물음에 삼성이 대답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고, 삼성의 물음에 소비자들이 대답해 줘야 하는 부분이 있기도 합니다.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은 한정적이고, 같이 사용했을 때 시너지가 나는 영역도 아직까지는 선명하지 않습니다. 경쟁업체가 선도시장을 검증하고 난 뒤에 경쟁에 뛰어드는 애플과 비교했을 때, 일단 기술만 확보됐다 싶으면 냅다 1세대 제품을 출시하는 삼성전자는 다소 리스크를 안고 있습니다. 1세대 제품이 사람들의 생각보다 별로라면, 개선된 형태의 제품이 나와도 사람들이 거들떠보지 않을 확률이 상당히 있고, 갤럭시 링이 그 케이스가 되진 않을까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습니다. 디자인이 명확하게 우위에 있는 것도 아니고, 선도업체와 비교해서 명확하게 우위에 선 강점도 없는 상황. 이론적으로 삼성전자가 주변 제품과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사업분야인 것은 사실입니다만, 아직까지는 선명하지 않습니다.
갤럭시 링에 탑재된 다양한 기능들 중 지금 당장 Consumer-grade 하게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은 '수면 측정' 그리고 '걸음수 측정(물론, 센서의 무효 값을 걸러내기 위한 특정 사용 방법이 필요함)' 정도입니다. 워치와 링을 함께 차고 다니다가, 집에 돌아와서는 워치를 벗어두고, 수면 측정을 링으로만 진행한 뒤에, 다시 아침이 되었을 때 워치를 차고 나가는 식으로 우리 손목이 '쉴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죠. 그것만으로 50만 원의 가치를 하느냐고 확신하기는 다소 어렵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더 이상 수면 측정을 위해 워치를 끼고 자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굉장한 플러스 요인이긴 합니다. 수면 측정이 정말 중요한 사람들, 그리고 손목에 무언가를 끼고 자는 것이 답답한 사람들이라면 이 제품에 어느 정도 기대를 거셔도 좋습니다. 그러나 만약 여러분이 그렇지 않은 종류의 사람이라면, 갤럭시 링은 여러분을 위한 물건이 아닐 수도 있다고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