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CES에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두 기업,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대형 부스를 차려 관람객들을 유치했습니다. 변화하는 시대적 환경에 대응하는 두 회사의 전시에는 비슷한 점도 있었지만, 차이점도 있었죠. 예전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비슷한 제품을 가지고 스펙 경쟁을 하는 방향이었다면, 이번에는 전시 기조에 따라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조금 다른 듯 보였습니다. 이번 글을 통해서는 삼성전자의 전시, 그리고 LG전자의 전시를 해부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1] <CES 2024> ① 'Everywhere' 트렌드 TOP 4
[2] <CES 2024> ② 'Mobility' 트렌드 TOP 4
[3] <CES 2024> ③ '로보틱스, 메타버스, 헬스케어, 산업' 트렌드 TOP 4
[4] <CES 2024> ④ 삼성전자, LG전자 부스 둘러보기
[5] <CES 2024> 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부스 둘러보기
[6] <CES 2024> ⑥ CES 2024를 마무리하며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제품'보다는 '경험'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세탁기, 인덕션, 냉장고, 마이크로 LED TV, 볼리 등 다양한 제품들이 존재하는 전시관이었지만 제품의 스펙을 찾아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로컬디밍 존이 어떻고, 밝기가 어떻고, 인덕션이 최대 몇 와트(W)까지 제공하며,, 이런 정보들은 거의 제공되지 않았죠. 다만, '이 제품을 이렇게 사용해라' 혹은 '이런 상황에서 쓰는 제품이다'와 같이 구체적인 사용 씬을 전달하는 것을 중심으로 전시관을 구성했습니다.
장인정신의(?) MicroLED, 기술력의 투명 MicroLED
삼성전자는 CES 전시물에서 'Craftmanship'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정교하게 아름다운, 장인정신의' 같은 뜻이 있는 단어죠. 이 단어를 통해 삼성의 전략을 엿볼 수 있습니다. 기자 간담회에서 한종희 부회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MicroLED 제품을 출시한 지 약 4년 전도가 됐는데,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법은 가격을 낮추고, LED를 더 작게 만들어서 기판 위에 더 많이 올려 성능을 높이면 된다." 삼성전자는 MicroLED TV를 '너무 크게' 만드는 것은 판매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특히 이번 CES에서는 TCL을 비롯한 중국 업체들이 대형 MicroLED TV를 공격적으로 공개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MicroLED TV의 크기를 자랑하진 않았습니다. 대신 MicroLED의 다이오드 크기를 소형화하고, 픽셀 피치 (Pixel Pitch, 픽셀 사이 간격)를 줄여 PPI를 올리는 쪽을 선택한 듯 보였죠. 경쟁이 거센 상황에서는 '겉보기에 그럴싸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도움이 될 때도 있고, 정공법을 택해 난도가 높은 문제를 해결하여 근본적인 사용 경험의 변화를 꾀하는 것이 도움이 될 때도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후자의 방향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CES 2024에서 삼성과 LG는 나란히 '투명 디스플레이'를 메인으로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초점은 완전히 달랐죠. 삼성은 상용화 계획이 아직 없는 'Transparent MicroLED' 디스플레이를 선보였습니다. MicroLED는 OLED보다 더 작은 크기의 소자를 가집니다. 그 말인즉슨, 같은 개수의 소자를 같은 너비에 배치했을 때 OLED보다 더 많은 영역을 비워둘 수 있어 투명 OLED 대비 높은 투과율을 보여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쉽게 말해, LG의 방식보다 기술적으로 더 우월하다는 이야기죠. 높은 투과율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삼성은 투명 MicroLED 패널 뒤에 일반 TV를 배치한 전시를 선보였습니다. 투명 디스플레이를 통과해서 보이는 TV 화면임에도 밝고 선명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죠. 삼성은 전시물을 통해 축구 경기장 화면을 시연하며, VIP 관람석의 유리창을 화면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시사했습니다. 단순히 유리창을 통해 경기를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장 뷰 위에 선수들의 최근 성적이나 전술 관련 내용을 실시간으로 띄워 HUD (Head Up Display)처럼 사용하는 시나리오를 선보였습니다.
빔 프로젝터로 강력해져 돌아온 Ballie
볼리는 가정용 AI 컴패니언 로봇에 대한 삼성의 대답입니다. 2020년 CES 프레스 컨퍼런스를 통해 처음 모습을 드러낸 볼리는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가, 올해 '프로젝터' 사양을 추가하여 돌아왔습니다. 다른 가정용 IoT를 관리하는 로봇들과 마찬가지로 볼리는 카메라와 센서를 활용하여 집 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집을 관리할 수 있죠. 탑재된 카메라를 활용하여 반려동물, 어린이, 노인을 돕고, 위협 상황을 모니터링합니다. 탑재된 프로젝터를 활용하여 사용자를 따라다니며 영상이나 음악을 틀어주고, 원하는 곳에 스크린을 투사해 주는 기능도 있죠. 사용자가 로봇과의 소통에 활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모자랐던 다른 음성제어형 로봇과 다르게, 자유롭게 투사할 수 있는 '스크린'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장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삼성전자는 볼리의 세부 사양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볼리'는 '집에서 사용하는 이동형 프로젝터 로봇'이라는 특성에 따라 가지는 제약이 꽤 많아서 '세부 스펙'을 봐야 얼마나 유용하게 쓸 수 있을지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다른 부분보다도 특히 '프로젝터'가 탑재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런저런 걱정과 의문이 앞서죠.
첫 번째 의문은 '배터리 지속 시간'입니다. 볼리는 썩 크지 않습니다. 프로젝터 공간을 제외하면 배터리 크기를 확보하기 어려워 보이는데요, 삼성에서 출시한 '프리스타일'이 배터리팩을 결합했을 때 약 3시간 정도의 배터리 런타임을 보여주고 있으니 유사한 수준이지 않을까 생각되긴 합니다. 사용하지 않을 때 주기적으로 베이스 스테이션으로 돌아가 자동으로 충전해 주는 기능만 있다면 실 생활에서 사용하는데 의외로 배터리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두 번째 의문은 '적절한 투사 공간'의 유무입니다. 바닥이나 천장에다가 프로젝터를 투사하는 시나리오는 거의 모든 환경에서 동작할 수 있습니다만, 벽에 영상을 투사하는 것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영상을 투사할 수 있는 크기의 벽이 있어야 하고, 해당 벽면은 영상을 출력하기 적합한 재질이어야 합니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볼리가 영상을 투사할 수 있는 '넓은 빈 벽'이 대중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실제 사용 케이스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는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세 번째 의문은'밝기'입니다. 많은 프로젝터들은 아직도 '어두운 밝기' 때문에 암실 내지는 암실에 준하는 환경에서 사용해야 합니다. '비싼' 프로젝터인 삼성 더 프리미어 9 같은 제품은 2800 안시루멘 수준의 밝기가 확보되어 간접등을 켠 상태에서도 사용 가능하지만, 프리스타일 같은 휴대용 폼팩터에서는 밝기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프리스타일은 '550 LED루멘'의 밝기를 가지고 있는데요, 이 정도면 250 안시루멘 정도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가정환경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는 낮에도 암막커튼 없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인데요, 적어도 볼리의 시연 환경에서 '밝기'를 체감할 수는 없었습니다. 무대도 어둡게 세팅되어 있었고, 볼리가 투사하는 화면도 그렇게 밝아 보이지 않았거든요.
네 번째 의문은 '프로젝트 램프'에 관련된 의문입니다. 프로젝터는 '램프'를 사용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정해진 수명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에 더해, 프로젝터는 전원을 자주 껐다 켤 경우 램프 수명이 필연적으로 줄어듭니다. 전원을 넣고 영화를 볼 때 계속 켜 두고 있다가, 영화가 끝나면 전원을 내리는 일반 영상용 프로젝터와는 다르게 볼리는 사용자의 일상 속에서 규칙적이지 않은 시간대와 장소에서 상시로 프로젝터 램프를 껐다 켰다 해야 하는 제품입니다. 볼리의 램프에 걸리는 부하도 낮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삼성이 어떤 식으로 '스탠바이'를 설정해서 부팅 시간과 수명 사이에서 타협했을지 추가 정보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다섯 번째 의문은 '문턱 등 공간 이동'에 대한 의문입니다. 볼리는 3개의 고정된 바퀴를 가지고 있는 구조로, 무게중심을 위해 지상고가 낮게 설계되어 있고, 별도의 서스펜션이나 이동축이 존재하지 않는 구조로 보입니다. 쉽게 말해, '문턱'같은 장애물을 극복하는 것이 설계 단계에서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지 않은 것 같다는 것입니다. 나라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가정 내에서 '문턱'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배리어 프리 디자인'의 일환으로 문턱 없는 설계를 가진 주택이 늘어나고 있지만, 절대다수의 리모델링되지 않은 구축 아파트는 문턱을 가지고 있죠. 이런 '문턱'을 넘어 다닐 수 없다면 볼리는 특정 공간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제한적인 용도의 로봇으로만 남게 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넘어졌을 때의 대책' 역시 궁금한 포인트입니다. 호기심 많은 강아지가 로봇에 달려들거나, 놀란 고양이가 냥냥펀치를 때려 로봇이 넘어졌을 때 자력으로 회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죠. 예를 들어, LG에서 개발하고 있는 AI 로봇 에이전트 Q9 (가칭)는 두 개의 서스펜션이 달린 바퀴와 손잡이가 있어서, 앞뒤로 넘어졌을 때 손잡이를 이용하여 마치 손을 짚고 일어나는 것처럼 자력으로 회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볼리의 설계에서는 넘어졌을 때 볼리를 원래의 위치로 회복시키기 위한 대책이 보이지 않습니다. failsafe가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어떤 식일지 궁금하네요.
사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궁금한 것은 '가격'이겠죠. 'AI가 탑재된 가정용 이동형 프로젝터 로봇'이라니, 조합된 단어로만 봐도 전혀 저렴해 보이지 않죠. 사양을 포함해 가격 등 다양한 정보를 직원에게 물어보았는데, 부스 직원들에게 볼리에 대한 내용은 상세하게 공유가 되지 않았답니다. 어떤 방식으로 충전하는지, 배터리는 얼마나 가는지, 밝기는 얼마나 밝은지, AI가 삼성의 다른 디바이스들과 어떤 식으로 상호작용하는지, 출시된다면 가격은 어떨지 전달받은 바가 없다고 합니다. 삼성은 볼리가 콘셉트 제품이 아님을 분명히 했습니다. 보도자료에 '볼리는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라고 명확하게 쓰여 있거든요. 의문이 많은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상용화 수준 제품으로 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On-Device AI 및 AI의 확산
삼성전자의 2024년 전략의 가장 핵심을 담당하는 단어를 꼽자면 바로 'AI'일 것입니다. 지난 Samsung Developers Conference 2023 (SDC 2023)에서 삼성전자는 '온 디바이스 AI'와 'Home AI Edge Hub'를 통해 집 안에서의 가전 간의 연결, AI 융합을 가속화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온 디바이스 AI를 탑재할 수 있는 제품은 자체 AI 연산을 통해 사용자 개인화 및 패턴 학습을 돕고, 온 디바이스 AI를 탑재할 수 없는 제품의 경우에는 홈 AI 에지 허브를 통해 가정 내 네트워크에 존재하는 다른 기기가 연산을 도와 연산된 결과만 공유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최근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 S24 시리즈에도 On-Device AI가 탑재되었고, 이 On-Device AI는 S24시리즈 사용 경험의 핵심으로 소개될 만큼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최근 다양한 회사가 On-Device AI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On-Device AI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장점 때문입니다. 기기 내부에서 모든 작업이 처리되기 때문에 사용자의 민감한 정보를 서버로 주고받아야 할 필요가 없으며, 서버를 통하지 않기 때문에 네트워크 오버헤드가 사라지게 되죠. 굳이 연산과 추론을 위한 정보를 네트워크를 통해 주고받을 필요가 없으니 당연히 오프라인에서도 AI 기술이 주는 이득을 누릴 수 있습니다.
다만, 한계도 명확합니다. 일반적으로 AI 연산을 위해 사용하는 GPU 팜에 비해 모바일 기기의 연산 성능은 초라하기 그지없고, 요구되는 파워량에 비해 디바이스가 제공할 수 있는 파워도 한정적입니다. 일례로 최신 스마트폰 AP에는 NPU (Neural Processing Unit)이 탑재되고 있지만, 성능은 제한적이죠. 하나의 예로, 삼성 가우스 (GAUSS) AI는 클라우드 버전에서 파라미터 저장을 위해 32bit (FP32, 32비트 범위의 Floating Point)를 이용하는데, 휴대전화에 탑재된 On-Device 버전은 이를 4bit로 양자화 (Quantize)하여 사용합니다. 당연히 4bit quantization을 거치며 On-Device AI의 능력에도 제약이 생기기 때문에, 웹사이트 요약과 같은 '언어 생성'이 연관된 작업을 위해 인터넷 연결이 추가적으로 필요하긴 하지만요.
가전제품에도 AI가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CES 2024에서 공개된 패밀리허브 냉장고에는 'AI Vision Inside' 기능이 탑재되었는데요, 해당 기능은 냉장고에 들어오고 나가는 식재료를 모니터링하여 음식의 종류, 냉장고에 들어온 날짜를 리스트로 반환합니다. 해당 기능은 지난 2018년 출원되어 2023년 12월에 등록된 '냉장고와 서버 및 서버의 제어 방법 (KR102619657B1)' 특허에 기반을 둔 것으로 보입니다. 해당 특허에는 냉장고 내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획득한 식료품의 이미지를 인공지능 혹은 규칙 기반의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분석, 식료품의 모양이나 형태, 카테고리를 인식하는 과정이 서술되어 있습니다.
기존 패밀리허브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식재료 모니터링이 가능하지만, 사용자가 직접 식품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기술은 사용자가 하던 행동을 하지 않게 만들어주거나 더욱 편하게 만들어주는 데에 가치가 있는데, 식재료 모니터링 기능은 '사용자가 평소에 하지 않던 (정보를 수동으로 입력하는) 일을 시키는 것이었죠. 삼성은 AI를 통해 드디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Multi Screen Interconnectivity
삼성전자가 강조한 또 하나의 사용 경험은 바로 '다중 화면을 활용한 연결 기능'입니다. 기존 타이젠 OS가 탑재된 TV나 모니터를 통하면 다양한 가전의 알림을 받아 볼 수 있었습니다. 큐커의 조리가 끝나면 TV나 모니터에 조리완료 팝업이 뜨고, 세탁기가 다 돌아가면 세탁 완료 팝업이 뜨는 식이었죠. 가전을 활용한 집안일이 얼마나 되었는지 확인하려고 부엌을 자주 왔다 갔다 할 필요도 없고, 그 앞을 지켜야 되는 이유도 없애 준 셈입니다.
삼성은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인덕션이나 세탁기와 같은 가전에도 7인치 크기의 화면을 탑재하고, 타이젠 OS로 구동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아직 실제 기기에 탑재될 수준으로 완성되지 않고 동영상 데모 수준으로 구현되어 있는 콘셉트이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식으로 동작하는지 확정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만, 해당 화면을 통해 사용자가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도 가전을 통해 많은 정보들을 받아볼 수 있는 콘셉트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가 초인종을 눌렀을 때, 문 앞에 나가 보거나 스마트폰에서 도어캠을 확인하지 않아도 인덕션 화면에 도어캠이 나타나며 누가 문 앞에 있는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전화가 오면 인덕션 화면에 수신 팝업이 뜨고, 즉시 전화를 넘겨받아 통화할 수 있죠. 급하게 레시피나 요리에 필요한 정보를 검색해봐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간단한 웹 브라우징도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는 가전과 가전 사이의 유기적인 연결뿐만 아니라 가전과 휴대전화, 가전과 집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미래를 꿈꾸고 있습니다.
다만, 전화나 문자 메시지는 가구 내 특정 사용자의 프라이버시에 해당하는데, 이런 개인의 민감한 정보를 가전과 연동할 때 어떤 식으로 연동을 구현할지 미지수입니다. 세탁기를 돌리는 사람이 달라질 수도 있고, 인덕션을 사용하는 사람이 달라질 수 있는데, 과연 연락처 연동이 어떤 식으로 될지 궁금하네요. 삼성의 모니터나 TV에 포함된 '탭 뷰' 기능처럼 스마트폰을 터치하면 NFC 등을 활용하여 정보가 연동될 수도 있겠고, 아니면 단일 사용자 기준으로 설계되어 주사용자만 해당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질 수도 있겠죠.
SmartThings Platform의 확산
CES 2024에서 삼성전자는 'AI for All (모두를 위한 AI)'라는 테마에 걸맞게 SmartThings를 주축으로 하여 집 안팎을 연결한 경험을 내세웠습니다. 작은 Things류 (센서) 들부터 시작해서 가전, 차량, 에너지 생상 장치까지 SmartThings 플랫폼으로 연결, 연동하여 하나의 앱, 하나의 플랫폼으로 나의 생활과 연관된 더 많은 정보를 모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SmartThings를 통해 더 많은 제품들이 연동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테슬라는 2024년 2분기부터 SmartThings 플랫폼과 Tesla API를 연동, SmartThings Energy를 중심으로 한 홈 에너지 관리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테슬라의 태양광 패널과 PowerWall, 모델 S/3/X/Y와 SmartThings Energy 서비스가 연결되는 것인데요, 이를 통해 각각의 장치가 생산하거나 소비하는 에너지를 모니터링할 수 있으며, 삼성이 제공하는 AI 전력 절약 모드를 통해 테슬라 장치들의 전력사용량을 제어할 수도 있고, 테슬라가 제공하는 태풍 감지 기능인 Storm Watch를 SmartThings 데이터와 연동하여 알림을 줄 수도 있습니다. 쉽게 말해, Tesla Solar 및 PowerWall, 그리고 Tesla의 전기자동차가 SmartThings 플랫폼과 통합되는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통합은 단순 차량에서 집안의 가전을 제어하는 Cat to Home / Home to Car과 관련된 스마트홈 콘셉트를 넘어 다양한 데이터를 주고받은 하나의 Hub System 개념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 줍니다. 그동안 각자 따로 놀며 시너지를 내지 못하던 각 회사의 솔루션들은 서로 연결되며 시너지를 내는 구간으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삼성 TV에 포함되는 Samsung Now+ 대시보드도 공개되었습니다. TV 화면에서 다양한 정보들을 월패드처럼 받아볼 수 있는 기능이죠. 예를 들어 날씨를 확인한다던가, 집안에 연결된 스마트 가전과 가젯들의 정보를 받아본다던가, 시스템에 연결되어 있는 카메라들을 한 번에 본다던가, 스마트싱스를 통해 사용하고 있는 제품들의 전력량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SmartThings는 IoT 시장에서 메인 플레이어 중 하나지만, 의외로 서드파티 센서류 제품들 중 Works with SmartThings 제품을 찾기 어렵습니다. Google Home이나 Mi Home에 대응하는 제품은 메이저 제조사 혹은 중국 제조사들에서 많이 출시했지만, 이런 제품들을 SmartThings에 연동하려면 별도의 Edge Driver를 사용하거나, Google Home에 연결한 다음에 SmartThings와 연동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죠. 그래서 삼성전자는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SmartThings Partner Program을 강화하고, CES와 같은 전시에서 '우리도 이렇게 많은 파트너들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강화된 SmartThings Map View
삼성이 올해 강조한 SmartThings의 핵심 변화는 바로 'SmartThings Map View'입니다. 내 집안의 모습을 2D/3D로 보면서 가구와 가전의 위치를 실제 집과 동일하게 배치하고, 화면상에서 직관적으로 해당 가구나 가전을 눌러 집 안을 제어하거나 모니터링할 수 있는 것이죠. 우리나라에서는 아파트 DB를 기반으로 각 집안의 모습을 손쉽게 불러올 수 있고, 리모델링을 해서 집안 구조가 바뀌었거나 데이터가 없는 경우에는 로봇 청소기를 활용하여 집안 지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Map View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스마트홈은 어렵다'는 명제를 깨는 것입니다. 스마트홈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집 안 시스템을 이해해야 하고, IoT 지식이 있어야 하죠. 이런 지식을 활용하여 어떻게 어떻게 스마트홈을 구축한다고 해도, 스마트홈을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한 인터페이스를 적용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잘 사용하던 센서나 가전에 문제가 생긴다면 어느 지점에서 왜 문제가 생겼는지 알아내는 것도 어렵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두 배쯤 더 어렵습니다. 고수들이야 Home Assistant (HA)를 통해 집안 지도도 만들고, 손쉽게 제품을 제어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도 만들지만, 일반 사용자가 고급 작업을 수행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죠. 그래서 삼성전자는 생각했습니다. 게임을 하는 것처럼 스마트홈의 모든 요소를 그래픽화하여 보여주면 어떨까? 내 집을 가상세계에 만들어서, 해당 디지털 트윈을 제어하면 나의 집이 반응하면 어떨까? 집에 게이미피케이션을 통해 재미 요소를 더한 것이죠.
물론 이런 아이디어는 이미 다른 플랫폼에서 구현되어 있습니다. 국내외의 스마트홈 사용자 모임을 살펴보면, 'Floorplan for Home Assistant'를 이용하여 yaml, CSS, Javascript로 구현한 Floorplan View의 예제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죠. 그러나 SmartThings Map View는 전문적인 코딩 없이도 일반사용자가 손쉽게 Floorplan을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집니다.
SmartThings Fanily & Pet Care
그동안 삼성전자는 가전제품과 모바일 제품을 모두 만드는 제조사의 역량을 십 분 활용하여 집 안 가전에서 데이터를 받아 사용자의 안부를 확인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패밀리허브 냉장고 일부 모델은 문 열림 빈도를 모니터링하는 기능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부모님 댁에 설치해 드린 냉장고가 오랜 시간 동안 열리지 않는다면, 집 안의 생명 반응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가족들의 휴대전화로 알림을 보낼 수 있는 것입니다. 거기에 삼성은 스마트태그를 통해 고령자 및 아이들의 활동과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고, 위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SmartThings Emergency Broadcast 기능을 통해 SmartThings로 연결된 모든 제품에 알림을 보내는 기능을 소개했습니다. 같은 기능을 반려동물에게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SmartThing Pet Care에 대한 소개도 이루어졌죠.
고해상도, 고주사율, 풍부한 컬러의 게이밍 디스플레이
삼성의 'Game Experience' 존에서는 삼성이 새로 출시했거나 곧 출시하는 모니터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순서대로 오디세이 G9 Neo (G95NC), 오디세이 OLED G9 (G95SD), 오디세이 OLED G6(G60SD), 오디세이 OLED G8 (G80SD)입니다. 작년에 선보인 G9 시리즈와 다르게 아래의 오디세이 OLED G6 & G8은 이번 CES 2024에서 처음으로 공개되는 삼성전자의 Flat OLED 게이밍 모니터로, 각각의 사양 정보는 아래와 같습니다.
오디세이 G9 Neo - 57인치 / 1000R Curved / 7680x2160(DUHD) / 240Hz / DisplayHDR 1000
오디세이 OLED G9 - 49인치 / 1800R Curved / 5120x1440(DQHD) / 240Hz / DisplayHDR TrueBlack 400
오디세이 OLED G6 - 27인치 / Flat / 2560x1440(QHD) / 360Hz / DisplayHDR TrueBlack 400
오디세이 OLED G8 - 32인치 / Flat / 3840x2160(4K UHD) / 240Hz / DisplayHDR TrueBlack 400
삼성전자의 게이밍 디스플레이 트렌드는 '고해상도 / 고주사율 / 글레어 프리 / 깊은 색 대비 표현'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래픽카드의 성능이 발전한 만큼 더 높은 해상도를 제공하고, 더 높은 주사율의 디스플레이를 제공하여 끊김 없는 시각 경험을 강조하며, 글레어 프리 기술 도입으로 밝은 환경에서도 빛 반사 없이 모니터를 더 잘 볼 수 있게 만들어주고, DisplayHDR 인증을 받음으로써 정확한 색감 표현이 가능하다는 점을 어필합니다.
정규 라인업 이외에 다소 실험적인 제품으로, 3D 안경 없이 3D 디스플레이를 볼 수 있는 제품도 공개했습니다. Active 렌티큘러 패널을 통해 2D/3D 모드를 변경할 수 있고, 상단에 탑재된 카메라를 통해 사용자의 눈과 머리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하여 사용자가 보는 시야에서 3D 환경을 일관적으로 구현하고, 사용자의 위치에 따라 픽셀 어레이를 새로 매핑하여 적용하는 뷰 맵핑 기술이 탑재되어 있죠.
게이밍 허브 & 게이밍 컨트롤러
삼성 게이밍 허브는 삼성전자의 TV 및 스마트모니터 제품군에 포함되어 출하되고 있는 클라우드 게이밍 플랫폼입니다. 디스플레이 장치에서 스트리밍을 통해 게임을 할 때 유용한 기능들을 모아 편리한 UI로 제공해 주는 콘셉트죠. 편리한 컨트롤러 연결, 편리한 사운드 소스 조정뿐만 아니라 다양한 클라우드게이밍 플랫폼을 하나의 런처에서 실행할 수 있도록 해주고, 클라우드로 실행할 수 있는 다양한 게임에 대한 정보와 유저 평점, 관련 동영상 등 검색 없이도 다양한 정보를 큐레이팅해서 보여주는 것이 특징입니다.
삼성은 최근 '게이밍 허브 컨트롤러 인증 프로그램'을 발표했습니다. 'Designed for Samsung Gaming Hub' 파트너 액세서리 프로그램은 삼성 TV에 연결하여 게임을 할 때 최상의 성능을 발휘하는 제품을 평가하여 'Designed for Samsung' 배지를 붙도록 허용해 줍니다. CES 2024에는 그 첫 번째 제품인 PDP Relay 무선 컨트롤러가 전시되었습니다. 단순 게임 컨트롤러 기능에 더해 삼성 게이밍 허브를 실행할 수 있는 단축 버튼이 제공되고, 컨트롤러를 이용하여 TV의 전원을 끄고 켜거나, 음량을 조절하는 것과 같은 'TV 제어' 버튼을 제공하는 제품이죠. TV를 통해 게임을 할 때 TV 설정을 바꾸거나 볼륨을 조절하기 위해 컨트롤러를 내려놓고 TV 리모컨을 집어 설정을 바꿔야 하는 불편함을 해결해 주는 것입니다.
또 하나, 게임 컨트롤러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용자들을 위해 삼성은 갤럭시 휴대전화를 게임 컨트롤러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내놓았습니다. 물리적인 버튼이 없어서 촉각을 이용한 피드백이 없다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각 버튼을 터치했을 때 강한 진동 피드백이 지원되며, 버튼 주변이 하이라이팅 되기 때문에 곁눈질로 내가 어떤 버튼을 눌렀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아래쪽의 'Customize' 버튼을 누르면 내 엄지손가락이 편안한 위치를 터치하여 원하는 곳에 D패드 (Directional Pad)와 ABXY 버튼을 배치할 수 있죠.
물론, 이런 식으로 휴대전화를 컨트롤러로 활용하는 아이디어가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소니 Playstation도 RemotePlay를 통해 휴대전화를 듀얼쇼크 컨트롤러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고 있고, 2015년의 삼성전자도 '갤럭시 뷰'라는 18인치 태블릿을 출시하며 휴대전화를 컨트롤러로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S Console Gamepad'를 공개했던 적이 있습니다. 시대가 지나 돌고 돌아 다시 돌아온 예전의 아이디어인 셈입니다.
'연동'기능에 Full Focus, Laptop & Mobile
마지막 섹션인 Mobile Experience에는 휴대전화, 태블릿, PC와 같이 MX사업부에서 만드는 개인용 디바이스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갤럭시 S24 언팩이 진행되기 직전에 개최된 CES였기 때문에 갤럭시 S24 시리즈는 없었고, 갤럭시 폴드 5/플립 5 시리즈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폴더블 시리즈는 이미 공개된 지 시간이 꽤나 지난 디바이스였기 때문에 크게 새로운 내용은 없었습니다만, CES 기간 당시 국내에는 전시되어있지 않았던 '갤럭시북 4 울트라' 모델은 흥미로웠습니다.
컴퓨터 제조사나 CPU, 그래픽 제조사, 심지어 운영체제를 만드는 회사들까지 AI 대비를 착실히 하고 있습니다. 갤럭시북 4 울트라에는 인텔의 NPU 기술이 탑재된 14세대 메테오레이크 Ultra 7 / Ultra 9 칩셋이 탑재되어 있죠. 다만 인텔이 AI를 중심으로 칩을 홍보한 것과는 다르게, 이번 메테오레이크에 탑재된 NPU는 인텔이 처음으로 설계한 혁신적인 그런 물건은 아니긴 합니다. 14세대 메테오레이크에 포함된 AI NPU는 인텔이 13세대 제품군에서 선보였던 적이 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CPU 제조사단에서 AI 기능에 집중하는 모양을 보여주는 것이 나쁜 그림은 아닙니다. 소비자용 (에지용) 컴퓨터 응용 프로그램들도 AI를 활용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죠.
Microsoft도 AI 시대에 대비하기 위하 30년 만에 Windows 키보드에 중대한 변화를 만들었습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 Windows 키보드에 자사의 AI, Copilot을 위한 별도의 전용 하드웨어 키가 포함된 것입니다. 국내에 출시되는 노트북은 한/영 언어 변환 키의 존재 때문에 해당 키가 탑재되어 출하되진 않습니다만, 해외에 출시되는 노트북 제품들은 우측 Alt 옆의 '메뉴'에 해당하던 버튼이 Copilot 호출 버튼으로 대체됩니다. 휴대전화를 통해 음성으로 비서를 부르듯 컴퓨터에서는 키 하나만 눌러 손쉽게 비서를 호출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삼성은 Microsoft와의 협업을 통해 갤럭시 휴대전화와 Windows를 연결하여 휴대전화에 있는 개인화 정보들을 Copilot를 통해 생산성 및 자동화 작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공개했습니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의 문자 메시지를 요약해 주거나, 문자 메시지에서 특정 내용을 추출하여 Web이나 프로그램에서 작업하고, 다시 해당 내용을 휴대전화 답장으로 보내는 일련의 과정을 Copilot을 통해 PC에서 할 수 있는 것이죠. 예전에 있었던 유사한 시도 (Link to Windows, Samsung Flow, Intel Unison 등)들은 휴대전화의 화면을 미러링 해서 PC에서 제어하는 쪽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마우스 조작이 수반되는 화려한 GUI 없이 간단한 프롬프트 (명령문)만으로도 휴대전화와 PC를 연결하여 하나의 디바이스로 더욱 강력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LG전자
LG전자 역시 '스마트홈 / 커머셜 / TV' 등 경험 중심으로 부스를 꾸몄지만, 삼성보다는 제품이 도드라지는 방향으로 부스를 구성했습니다. 삼성이 "이런 기능이 너의 삶을 바꿔줄 거야"라고 주장했다면, LG는 "우리 제품은 너의 삶을 이렇게 바꿔줄 거야"라고 이야기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굉장히 미묘한 차이였지만, 제품을 경험 안에 집어넣은 삼성과 제품을 만들고 그 위에 경험을 씌운 듯한 LG의 차이라고 할까요. 양쪽 다 일리 있는 접근법이고, 이 접근법에는 우열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각자가 각자의 상황에 맞는 전략을 취할 뿐이죠.
투명 OLED의 양산 및 제품화는 LG가 먼저 시작합니다.
LG는 상용화를 앞둔 'LG SIGNATURE OLED T'라는 투명 디스플레이 TV를 선보였습니다. 기존에 LG가 집중해 오던 대형 OLED를 투명화하고, LG의 무선 오디오/비디오 송수신 기술과 결합하여 소비자가 구입할 수 있는 제품 형태로 패키징 한 것이 특징입니다. (LG가 투명 OLED를 통한 4K 무선 송수신 기술을 공개했다면, 삼성도 더 프리미어 프로젝터를 통해 8K 무선 송수신 기술을 공개했습니다. 각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기술을 다른 카테고리의 제품에 패키징한 것이 재미있는 부분이죠.) 기존 LG TV에 들어가는 WebOS 역시 '투명 디스플레이에 어울리는 형태와 기능'을 탑재하여 최적화했고, 이러한 노력은 결실을 맺어 이 제품은 "2024년 하반기 한국 시장을 시작으로 글로벌 출시"될 예정입니다. 다만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투명 OLED는 현재까지 투명 상태에서의 밝기나 색재현력에서 투명 MicroLED에 불리한 상황,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제품을 만들려면 약간의 트릭이 필요합니다.
투명 디스플레이가 어려운 점은, 단순 투명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투명한 상태에서도 잘 보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투명한 상태에서도 투명하지 않은 디스플레이 수준의 밝기나 선명도를 확보하기엔 여러 가지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릅니다. 그래서 LG전자는 투명해야 할 때는 투명하고, 화면을 봐야 할 때는 투명하지 않은 기구 콘셉트를 고안했습니다. 미디어월 뒤쪽으로 이동하면, 전체 화면 콘텐츠를 표시할 때 뒤에서 검은색 빛 가리개가 위로 올라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투명 디스플레이 쇼케이스 시나리오도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쇼케이스 앞 면을 투명 OLED로 구성하여 각 상품의 이름을 인터랙티브 하게 표시하거나, 정보를 띄워주거나, 가게 홍보 사이니지를 겸할 수 있는 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예시를 보여주었죠. 관람객의 시선에서, 실용적인 모습보다는 인테리어 연출이나 상업적 용도 사용에서의 호응이 큰 모습이었죠. 실제로 예전에 투명 디스플레이 과제를 수행했을 때도 늘 럭셔리 브랜드나 정상급 미술관, 박물관의 관심이 컸습니다.
방향성이 달라졌다고 해도, 삼성과 LG의 대결은 지속됩니다.
미디어를 통해 전해진 바로는, 각 부스 투어에서 두 기업 간의 '투명 디스플레이' 설전이 꽤 치열했다고 합니다.
삼성전자 입장
- 투명 OLED보다 투명 MicroLED가 더 밝은 화면을 구현할 수 있어 투명화에 적합한 기술이다
- 경쟁사의 (LG전자의) 투명 OLED는 자사가 15년 전에도 생각했던 콘셉트며, 쇼를 위한 제품이다
- 투명 'TV'가 소비자에게 적합한지는 아직 시장 가치를 타진하는 중이다
- 다만, 경쟁사가 투명 디스플레이로 투명 TV 상품화를 이뤄낸 부분은 인정할 만하다
LG전자 입장
- 경쟁사 (삼성전자) 제품은 아직 'TV' 형태로 출시되지 않았고, 상용화 계획이 없다
- 당사 (LG전자) 제품은 올해 하반기부터 소비자에게 판매될 예정이다
- 롤러블보다는 투명 TV가 대중들에게 소구 할 포인트가 많을 것으로 사료된다
- 당사 제품은 무선 A/V 송수신 기술을 포함한 양산 형태이기 때문에 콘셉트 제품과 비교하기 부적절하다
*출처: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4/01/10/Y5B3QAAZ4RGQVD4PVMN5WCRQLY/
2019년, 8K TV의 화질을 두고 두 회사 담당자들이 서로를 비방했던 일이 떠오르긴 합니다만, 투명 OLED에 대한 설전은 양 쪽 모두 일리 있는 말입니다. 두 회사가 집중하고 있는 기술적 포인트가 다르고, 제품화에 접근하는 방법도 다르기 때문이죠. MicroLED를 이용하여 투명 화면을 구현한 삼성 제품이 LG전자가 선보인 제품보다 더 높은 화질, 더 높은 투명도를 제공하는 '수준 높은' 제품임을 부정하긴 어렵습니다. 그러나 투명 디스플레이를 제품화하여 무선 오디오/비디오 송 수신 기술과 결합하여 '선 없는 TV'를 구현한 LG전자의 기술력, 그리고 아직 완벽하지 않은 투명 OLED를 상품으로 패키징 하기 위해 '가림막'을 활용한 LG전자의 기획력도 마냥 무시할 수 없습니다. 소비자 제품을 LG가 먼저 출시하는 만큼 시장은 LG전자가 먼저 선점하겠지만, '투명 TV'의 기술 스펙, 프로모션 및 출시 가격 등 아직 많은 내용이 베일에 가려져 있는 만큼, 실제로 소비자들에게 이 TV가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출시되고 난 후 판매량이나 소비자들의 반응을 들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되겠죠.
MicroLED 대열에 합류한 LG전자
이번 CES에서 처음 공개된 신제품은 아닙니다만, LG 매그니트 MicroLED 사이니지도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LG전자는 아직 주력 제품에서 OLED를 강조하고 있긴 하지만, MicroLED 디스플레이에 대한 연구개발을 계속하면서 제품도 계속 출시하고 있습니다.
LG αble: 미래 모빌리티의 주역이 되고 싶은 LG전자
LG VS사업본부 (Vehicle component Solutions)는 ' αble' (알파블)이라는 콘셉트카를 발표했습니다. 자율주행 시대가 도래하며 차 안에서 지내는 시간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다양한 시도 중 하나죠. LG는 알파블의 특징을 'Transformable (변화하는) / Explorable (탐험하는) / Relaxable (휴식하는)'으로 잡았습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핵심은 '목적에 따라 변화하는 공간'인 Transformable로, PBV (Purpose Bulit Vehicle)의 정의와도 일부 겹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가장 핵심이 되는 장치는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를 결합한 대형 OLED 디스플레이입니다. 클러스터 및 인포테인먼트 영역에 두 개의 스크린이 겹쳐져 설치되어 있다가,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즐길 때는 양 쪽으로 화면이 확장되어 차량 앞면을 모니터가 꽉 채우게 되죠. 지금 공개된 콘셉트는 '기술 시연'이기 때문에 다소 비효율적인 인상을 받습니다만, 결국 디스플레이 솔루션이 발전하면 다양한 형태의 시연품이 나오게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롤러블 디스플레이가 적용되어 클러스터 좌우 및 상하로 화면이 늘어날 수도 있고, 화면의 일부를 크래시패드 (차량의 대시보드) 속에 숨겨 두었다가 나타나게 할 수도 있겠죠. 핵심은 '자율주행 시대에는 차 안에서 화면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일들이 발생할 것이다'는 이야기입니다. 벤츠, 소니, 지리 등 다양한 회사들이 조수석 전면까지 화면으로 꽉 찬 자동차를 내놓는 것도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차량 전면의 디스플레이로 멀티미디어를 즐기는 시나리오가 많이 등장하는 이유는 실제로 사람들이 차량 내부에서 하는 활동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 사업부에서 그동안 모빌리티와 관련한 조사들을 많이 수행했는데요, 전기차 시대가 되며 차량 내부공간이 넓어졌고, 넓은 공간을 활용하여 차안에서 공부를 하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가족들로부터 완벽한 프라이버시를 제공받는 개인적인 공간으로 차량이라는 개념이 인지되고 있는 것이죠. 차량은 더 이상 이동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생활 공간을 겸하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차량 전면부에 탑재되는 LED 매트릭스 헤드라이트는 단순 빛을 비추는 헤드라이트가 아니라, 전면으로 시각 콘텐츠를 투사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충전소나 차고의 벽이 나만의 영화관으로 변신할 수 있는 것이죠.
사실 아이디어 자체가 새롭지는 않습니다. 지난 2018년 벤츠가 선보인 디지털라이트 기술과 2021년 아우디가 A6 e-tron 콘셉트카를 통해 선보인 기술이 정확히 같은 역할을 수행하거든요. 차량의 전면부 혹은 전면 바닥면에 LED매트릭스를 이용하여 어떠한 비주얼을 투사, 게임을 하거나 글자를 쓰고, 보행자 및 운전자와 글자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헤드라이트가 기존에 없던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정보 전달 플랫폼이 되는 것이죠.
운전석과 조수석, 승객석을 가로지르는 기다란 중앙 구조물은 '레일'입니다. 알파블은 다양한 소형 가전을 모듈 형태로 탑재하여 이용 목적에 따라 갈아 끼울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LG전자가 가전제품을 만드니, LG에게 이런 모듈 만드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과거 '모듈'을 이용하여 소비자 제품을 만들려는 시도가 거의 대부분 실패했다는 역사적인 슬픈 사실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겠죠. 구글의 모듈형 스마트폰 '프로젝트 아라 (Project ARA)'도 실패했고, LG전자의 'G5 Friends Module' 역시 실패했습니다. 기구적으로 모듈을 결합하기 위한 커넥터 구조를 만들게 되며 추가 패키징이 필요하고, 부피와 중량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는 점도 있고, 심리적으로 사람들은 나에게 맞춰진 최적의 형태로 제품이 알아서 지원되길 바라는 점도 있습니다.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으로 '개인화'가 제시되는 만큼 상업적인 솔루션에서 '모듈화'가 매력적인 선택지이긴 합니다만, 콘셉트 단계에서 양산까지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것도 사실입니다. 과연 LG의 솔루션이 무사히 양산되어 고객에게 전달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지난 2020년 출판된 LG전자 MC사업본부 조준호 사장의 자서전 격인 <이제 지난 성공의 기억과 이별할 때>라는 책을 보면, 2008년 LG전자가 '모빌리티' 분야에 대해 어떤 고민을 했는지 잘 나와 있습니다. 당시 조 전 사장은 이사회로부터 미래 먹거리를 찾아오라는 지시를 받고 '전기차'가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하죠. 다만, 여기에서도 선택의 갈래가 있었습니다. LG전자는 완성차를 만드는 메이커가 될지, 아니면 부품을 제조하는 쪽이 될지 선택해야 했죠. 의사결정 끝에 LG는 전기차 분야의 보쉬, 즉 부품을 만드는 제조사가 되기로 결정했고, GM과의 협업을 통해 '200마일 전기차 프로젝트'를 수행하여 볼트 EV'를 런칭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소비자 수준의 전자제품을 만들어 온 기업에게 완성차 수준의 정밀도를 맞추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라고 회고하죠.
많은 언론이나 유튜브 미디어들이 <LG전자가 자동차를 만든다>며 호들갑을 떨긴 했지만, LG전자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들지 '자동차'를 만들지는 않습니다. LG 알파블 역시 LG전자가 공급하는 기존 전장 솔루션 이외에 차량에 부가적으로 탑재되는 모빌리티 기술에 대한 자신감으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LG 알파블 콘셉트카를 보며, LG라는 그룹사가 모빌리티 분야에 대응하는 모습에 상당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LG 마그나'는 글로벌 생산기지를 본격 가동하며 완성차업계의 선택을 받고 있고,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솔루션을 제조, 다양한 완성차에 LGD 패널이 탑재되고 있으며, 'LG 이노텍'은 다양한 제조사에 전장용 카메라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죠. LG그룹 내에서 전장 사업의 비중이 상승하며 그룹사가 'Transformation'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bon voyage: LG전자의 두 번째 맞춤형 주거 공간
Bon Voyage는 LG가 작년 8월에 선보였던 콘셉트를 확장한 것으로, 실험적인 브랜드 LG Labs의 작품입니다. 실내 주차가 가능한 크기의 캠핑 트레일러에 LG가 가장 잘하는 가전 등 요소들을 합쳐 둔 콘셉트죠.
트레일러 내부를 보면, LG 스타일러, 홈브류, 슈케어, 냉장고, 정수기 등 다양한 가전들이 오밀조밀하게 패키징 되어 들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주거문화 트렌드를 연구한 LG가 컨테이너 타입의 복층 구조 이동형 생활공간을 1차적으로 만든 뒤, 그때 얻은 노하우를 자동차가 끌고 다닐 수 있는 캠핑카 형태에 적용한 것이죠. Bon Voyage는 아웃도어 혹은 모듈러 주거공간에서 자사의 가전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 LG가 스스로 Best Practice를 보여준 것으로써, 일종의 시장 선도적 Visioning Concept 역할을 수행하는 개념입니다. 전기차 시대가 되며 V2L (Vehicle to Load)을 활용하여 차량에서 전기를 끌어다 사용할 수 있게 되며 기존 가전제품을 그대로 차량과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LG가 생각하는 홈 로봇은 두 바퀴로 돌아다녀요
LG Q9는 LG전자의 스마트홈 에이전트 로봇 프로젝트입니다. 퀄컴의 Robot RB5 플랫폼을 기반으로 설계된 이 로봇은 두 발로 균형을 잡으며 자율주행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죠. 삼성의 볼리와는 다르게 별도의 대화면 출력장치가 없고, 얼굴 표정을 출력하는 소형 디스플레이를 활용하여 사용자와 의사소통합니다. 사용자를 감지하고, 가전제품과 통신하는 스마트 홈 허브 역할을 하고, 사용자의 펫을 감지하고, 이상상황을 감지하여 돌아다니며 사진/영상을 찍는 보안/안전 기능이 탑재되어 있죠. 이 같은 기능은 상황 인식을 위한 멀티모달 센싱, 자연스러운 대화를 위한 생성형 AI 기술을 기반으로 합니다.
Q9의 움직임을 보면 LG전자가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머리 위에 달린 손잡이 형태의 구조물을 앞뒤로 움직이며 균형을 잡고, 두 다리가 자유롭게 이동하는 특성을 이용하여 한쪽 발을 앞으로 뻗거나, 양 쪽 높이를 다르게 하여 반려동물과 같은 움직임을 구현해 냈습니다. 표정이나 몸체의 떨림과 같은 '마이크로 인터랙션'을 한껏 활용하여 '귀여운' 로봇의 요소를 뽐냈죠. 물리력을 가지지 않고 돌아다니는 역할만을 하는 홈 로봇을 위해 다소 오버엔지니어링 된 느낌이지만, 문턱을 넘기 어려워 보이는 삼성 볼리와 비교하여 확연한 이동의 자유도를 가지고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로봇의 핵심은 물리력입니다. 평면적인 Task를 넘어 물리적으로 어떠한 행동을 가능하게 해야 스마트폰이나 스마트홈 스피커와 같은 정보 전달 기반의 서비스와 차별화될 수 있는 것이죠. 그러나 이 친구는 어떠한 물리적인 기능을 기대할 수 없는 제품입니다. 팔이 달린 것도 아니고, 볼리처럼 확장 가능한 빔 프로젝터가 있는 것도 아니죠. 이 친구가 수행하는 홈 IoT와의 연결은 이미 지금의 스마트홈 허브들이 대부분 수행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LG전자는 시연을 통해 '애완동물을 모니터링하고 리포트해 주는 시나리오'에 집중한 듯한 느낌입니다. '반려 로봇'에 홈 IoT를 더한 물건이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하여 구매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개인적으로는 다소 부정적입니다만, 출시까지 다소 시일이 남아 있는 제품이다 보니 아마 LG는 Q9에 어떤 추가적인 가치를 부여할 수도 있을 겁니다.
상용 솔루션으로 LG가 그리는 미래
LG전자는 '호텔'을 예시로 자사의 상용 솔루션이 고객들에게 어떤 경험을 줄 수 있는지 소개했습니다. 사실 LG가 소개한 시나리오가 전혀 새로운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자사의 기술력을 보여주기 위한 데모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네요.
무인 체크인 디바이스 솔루션은 키오스크형 디스플레이와 투명 디스플레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키오스크 상단에 탑재된 카메라를 통해 사용자의 안면 데이터를 인식, 예약 내역을 불러온 후 앞에 설치된 투명 디스플레이에 예약 정보를 간략하게 보여줍니다. 해당 디스플레이는 터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화면에 사용자가 서명을 하고, 확인 버튼을 누를 수 있죠.
체크인을 하고 나면 해당 투숙객의 정보는 LG CLOi 안내로봇에게 전송되고, 로봇을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지정된 방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호텔 로봇이 1개의 수납함만을 가져 여러 방의 룸서비스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대의 로봇이 필요한 반면, LG CLOi ServeBot은 개별적으로 동작하는 덮개를 가진 4개의 수납함을 통해 최대 4개의 방에 서비스를 제공하죠. 비록 수납할 수 있는 적재량이 작아지긴 하지만, 일반적인 호텔 어매니티 수준에서 그렇게까지 대용량의 공간이 필요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적절하게 타협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호텔 방에 들어가면 LG Hotel TV가 투숙객을 반겨줍니다. LG가 호텔에 납품하는 TV는 AirPlay 뿐만 아니라 Chromecast를 지원합니다. 그동안은 앱 내에서 국지적으로만 캐스팅을 지원했는데, 이젠 Built-in chromecast를 통해 네이티브로 크롬캐스트 기능을 지원하는 것이죠. 호텔TV에 직접 유튜브나 넷플릭스 로그인을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개인정보 문제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을 직접 로그인을 꺼렸습니다. 호텔 투숙이 잦은 사람들은 아예 자신들의 애플TV 단말기나 크롬캐스트를 들고 다니기도 했죠. 이제 LG TV가 Chromecast를 네이티브 지원함으로써 그런 디바이스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바로 개인 휴대기기에서 캐스팅할 수 있어, 투숙객의 개인 경험을 개인정보 걱정 없이 가지고 올 수 있는 것입니다.
LG Labs: 혁신의 교두보
예전부터 LG는 좋게 말하면 독특한, 나쁘게 말하자면 기믹이 가득한 제품을 출시해 오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특히 모바일사업부가 기믹의 정점에 서 있었던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남들이 평범한 바 타입 스마트폰을 만들 때 LG전자는 쿼티 키패드가 탑재된 휴대전화를 만들었고, 남들이 배터리 일체형 휴대전화를 만들 때 배터리뿐만 아니라 모듈을 교체할 수 있는 모듈형 스마트폰 'G5'를 만들었고, 남들이 폴더블 스마트폰을 만들 때 LG는 가로로 화면을 돌리는 '윙'이라는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기믹'이 제품의 특색을 더해 판매를 부스팅 하는 역할을 해 줬으면 좋았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죠.
하지만 적어도 LG가 만드는 '라이프스타일 제품들'은 그 '특색'을 인정받는 모양새입니다. LG의 실내 식물재배기 '틔운 미니', 뇌파를 측정하고 수면케어 사운드를 들려주는 무선 이어폰 브리즈 (bird.zzz), 폴더블 랩탑 '그램 폴드', 캠핑 등 야외에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빔 프로젝터 '시네빔 큐브', 캠핑장에서 콘텐츠를 손쉽게 고품질로 감상할 수 있는 '스탠바이미 Go'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그 제품들을 LG Labs라고 브랜딩 해서 전시해 두었더라고요.
삼성과 LG의 부스에서는 두 기업 모두 소비자의 삶을 살피고, 어떻게 하면 소비자의 삶 속에서 추가적인 가치를 줄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게 보였습니다. 삼성 부스에서는 특히 SmartThings를 중심으로 하여 폰-가전-집-차량, 심지어는 사람까지도 하나로 연결시키겠다는 경험이 인상적이었고, LG 부스에서는 집이나 차량이라는 각각의 공간 안에서 LG가 A부터 Z까지 제공하겠다는 다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기업 전략에 절대적인 정답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장에서 각 기업이 차지하는 포지션, 소비자가 기업에 기대하는 가치, 기업이 현재 구현해 낼 수 있는 기술 수준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기업의 각 연도 대응 전략이 결정됩니다.
2024년, 과연 삼성과 LG가 예측한 대로 시장이 흘러갈지, 삼성과 LG는 어떤 제품과 어떤 경험으로 우리를 신나게 할지, CES 2024를 통해 보여준 그 비전을 얼마나 잘 구현해 내는 한 해가 될지 기대가 많이 되네요 :)
'EVENT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CES2024 참관기] ⑥ CES 2024를 마무리하며 (1) | 2024.03.24 |
---|---|
[CES2024 참관기] ⑤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부스 둘러보기 (1) | 2024.03.13 |
[CES2024 참관기] ③ '로보틱스, 메타버스, 헬스케어, 산업' 트렌드 TOP 4 (1) | 2024.01.26 |
[CES2024 참관기] ② 'Mobility' 트렌드 TOP 4 (2) | 2024.01.23 |
[CES2024 참관기] ① 'Everywhere' 트렌드 TOP 4 (2) | 2024.0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