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년 1월, 미국 네바다 주의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세계 최대의 ICT 분야 전시회 'CES (Consumer Electronics Show)'가 개최됩니다. 'Consumer Electronics'라는 이름으로부터 유추할 수 있듯 CES는 본래 '가전제품' 전시회로 시작되었는데요, 이후 범위가 확장되어 ICT 분야 회사들이 자신들의 기술력을 경연하는 종합 전시회로 발돋움했습니다. CES는 매 년 2월 경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되는 MWC (Mobile World Congress)와 매년 9월 경 베를린에서 개최되는 IFA (International Funkausstellung)와 함께 전 세계 3대 ICT 박람회로 불리죠.
올해 CES는 전 세계 150여 개국 4200여 개 기업이 참여하는 규모로 성대하게 개최되었습니다. Fortune 500 기업 중 총 311개 사가 참여하였고, 전시 면적 또한 전년 대비 14.4% 증가한 23.2만 제곱미터 규모였습니다. 등록된 개인 관람객 수만 13만 5000여 명에 달했고, 전체 관람객 중 50%가 넘는 사람들이 기업들의 C레벨 혹은 임원일만큼 실제 기업의 의사결정에 전략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이 방문한, 실효성 있는 전시회였던 셈입니다.
저희 이노베이션도 CES 2024를 위해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날아갔습니다. CES 2024에 참석한 가장 큰 목적 중 하나는 우리 이노베이션이 지난 몇 년간 다양한 제조사들과 협업하고, 평가한 제품들을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국내외 기업들의 다양한 신제품과 미래 비전들 사이에 우리 이노베이션과 고객들이 함께 작업했던 제품이나 전략이 당당하게 전시되어 있는 모습을 보니, 수개월씩 담당자들과 함께 고생했던 과정이 떠올라 감개무량해지더군요.
그뿐만이 아니라, 2024년 한 해의 ICT 트렌드를 점검하고, 다양한 기술들을 추적·발굴하고, 업무에 활용할 신기술을 찾아 종횡무진했습니다. 4일 동안 하루에 2~3만 걸음씩 걷다 보니 4일간 걸어 다닌 총거리가 80km에 육박하더라고요 😅 CES 2024가 종료되고, 저희가 찾은 트렌드를 소개하고 국내 기업들의 전시를 소개하며 올 한 해 회사들의 전략을 돌아보는 리포트를 다음 일주일 동안 포스트하고자 합니다.
전시회 전반을 관통하는 4개의 핵심 키워드 중 가장 중요한 요소를 꼽자면 바로 'AI'겠죠. 분야를 막론하고 AI라는 키워드가 들어가지 않은 제품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특히 Generative AI부터 시작해 On-Device AI까지 다양한 리소스를 활용해 AI를 구현할 수 있다면 일단 구현해 놓고 보는 움직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바로 '컬래버레이션'이었습니다. 다양한 제조사들이 연합을 맺거나 서로 간의 제품을 호환 가능하게 만들어 '우군'을 더 많이 형성하는 전략을 보여주었죠. 아래에서 자세한 내용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CES 2024> ① 'Everywhere' 트렌드 TOP 4
[2] <CES 2024> ② 'Mobility' 트렌드 TOP 4
[3] <CES 2024> ③ '로보틱스, 메타버스, 헬스케어, 산업' 트렌드 TOP 4
[4] <CES 2024> ④ 삼성전자, LG전자 부스 둘러보기
[5] <CES 2024> 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부스 둘러보기
[6] <CES 2024> ⑥ CES 2024를 마무리하며
01. AI Everywhere - "일단 AI를 붙여 보아라, 그럼 모두가 박수를 쳐 줄지어니"
만약 CES2024를 대표하는 단 하나의 단어를 선정해야 한다면, 그것은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AI'가 될 것입니다. 그야말로 AI Transformation (AX)의 시대입니다. 국내 양대 소비자가전사 삼성과 LG도 행사 기조연설을 통해 AI 기술의 중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삼성전자는 CES 2024 슬로건으로 'AI for All (모두를 위한 AI)'를 선정했고, LG전자는 자사의 AI는 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가 아니라 Affectionate Intelligence (공감지능)라고 강조했습니다. 회사 규모와 사업 분야에 상관없이, CES2024에 참여한 다수의 기업은 마치 'AI'를 언급하는 것이 흥행 보증수표인 것처럼 'AI'를 외쳤습니다.
병원에서 수집된 아기 울음소리 데이터세트 기반으로 주변 상황과 아기의 움직임을 조합, 아이가 우는 이유를 분석해 주는 솔루션인 Cappella, 근육의 기능, 노화, 경련 등을 AI를 사용하여 모니터링, 평가하는 EXOSYSTEMS의 AI 디지털 바이오마커, 유럽 개인정보보호표준 GDPR을 준수하며 Multi-Modal Deep Natural Network (DNN)을 사용하여 불필요한 대상을 비식별화, 개인정보를 보호하며 표적 추적을 수행할 수 있는 AI 기반 감시 솔루션 DeCloakVision 같은 제품부터, 트래커와 마커, 스튜디오, 수트 없이도 AI기술과 LiDAR를 이용하여 모션캡처를 할 수 있는 솔루션 MOVIN. 물류 운송 과정에서 선박 정보를 모니터링, 탄소배출을 감축하는 OceanWise와 같은 산업 솔루션까지 'AI'가 포함되지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OpenAI는 이번 CES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행사장 곳곳에서는 OpenAI가 남기고 있는 발자취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ChatGPT를 위시한 '생성형 AI'에 대한 인기는 하늘을 찌를 수준입니다. 광고 시나리오와 스토리보드를 만드는 단계에서 GenAI (생성형 AI)를 활용하여 사전 테스트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Largo.ai, 워크숍에서 나온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생성형 AI를 활용하여 Visualize 하는 솔루션, ChatGPT가 통합된 올인원 포터블 비디오 컨퍼런스 시스템, 'HealthGPT'라고 부르는 시스템이 탑재된 스마트 링, XRING 등 수많은 제품들이 GPT를 활용하고 있었죠. AI가 단순 반복 작업을 먼저 대체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생성형 AI는 이미 '생산성'을 도와주는 훌륭한 파트너로서 우리 곁에 밀접하게 다가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CES에서 인상 깊게 보았던 제품은 유레카 파크 네덜란드 통합관에 전시되어 있는 Whispp라는 서비스였습니다. Whispp는 AI 기술을 이용하여 사용자의 손상된 성대가 내는 소리를 '실시간으로' 전화통화에서 Audio to Audio로 정상 상태의 목소리로 변환해 주는 서비스입니다.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 정상적인 발성이 어려운 사람들의 목소리를 정상적인 상태의 목소리로 컨버팅, 실시간으로 전화통화 혹은 대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죠. 질병으로 인해 목소리를 잃어가고 있는 경우에는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여 목소리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되기 전에 목소리를 미리 학습시켜 둘 수도 있습니다. 또한 해당 솔루션은 말을 더듬는 사용자를 돕는 데에도 사용될 수 있는데, 심하게 말을 더듬는 사람들의 경우 크게 말하는 대신 속삭이듯 작게 말하면 말을 더듬는 빈도가 85% 정도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합니다. 이 솔루션을 이용하면 사용자가 속삭이듯 말해도 속삭임을 증폭하여 보정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AI 기술은 단순히 생산성을 높이는 용도뿐만이 아니라 사용자들의 접근성 (Accesibility) 향상에도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성공하기 위한 요건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사람이 원래 하던 어떤 행동이나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게 만들어주는 것이고, 하나는 원래 사람이 하던 것보다 더욱 뛰어난 결과를 내주는 것입니다. AI도 마찬가지로, AI를 도입하지 않았을 때부터 사람이 편해져야 하고, 사람이 수행하는 것보다 AI가 개입된 결과물이 더 뛰어나거나 어떤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이 더 짧아야 합니다. 그러나 'AI를 활용한 솔루션'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유의미하게 도와주는지 다소 의문이 남는 제품도 있었습니다.
Fusion - 자전거에 ChatGPT가 통합되어야 하는 이유는?
유토피아(Urtopia)라는 기업은 'Fusion'이라는 전기 자전거로 CES2024 Innovation Award를 수상했습니다. 카본파이버로 만들어졌고, 보안 수단으로 사용자의 지문을 활용하며, 본체에 추가할 수 있는 배터리를 활용하여 주행 거리를 200km까지 확장할 수 있는 전기자전거죠. 이렇게만 보면 다른 전기자전거와 비교해 특별할 게 없어 보입니다만, 어떤 부분이 특별했기 때문에 상을 받은 건지 직원에게 물어보았습니다.
필자: "수많은 전기 자전거들 중에 이 자전거가 CES 2024 Innovation Award를 수상할 만큼 특별한 점이 있나요?"
Urtopia 관계자: "ChatGPT가 통합되어 있죠. 예를 들어, 1+1이 뭐야?라는 질문에 음성으로 답변을 해줄 수 있습니다."
직원은 이 자전거의 가장 큰 특징으로 'ChatGPT Integration'을 꼽았습니다. 이 자전거가 ChatGPT를 통해 우리가 상상하지 못 한 새로운 시나리오를 제시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잠깐 궁금했지만, 직원의 대답은 실망스러웠습니다. 자전거에게 1 더하기 1을 물어봐야 하는 이유가 뭔지 알 수 없었죠. 다른 자료들을 찾아보니, 자전거의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ChatGPT와 연계되어 있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내비게이션을 위해 ChatGPT를 사용하는 것 또한 오버스펙입니다. 지난 십수 년 동안 ChatGPT와 같은 고급 생성형 AI 없이도 수많은 차량과 스마트폰의 지도 서비스는 사용자에게 길을 찾아 주었습니다. ChatGPT가 들어가서 '길 찾기 방법'이 새로워지거나, 사용자의 명령이 더욱 편해지거나 하는 요소는 찾아볼 수 없었죠.
근본적으로, 사용자 제품에 AI를 도입하는 이유는 AI를 통해 사용자를 더욱 편하게 만들어주기 위함입니다. 사용자가 원래 해야만 하는 행동을 AI를 통해 자동화하여 사용자의 개입을 줄여 준다든가, 사용자가 직접 판단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줄여준다든가 하는 식이죠. 어떤 결과가 Execution 되는 중간 과정을 AI를 이용하여 다시 설계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10초 걸리던 경로 검색을, AI를 사용하여 2초 수준으로 단축시켰습니다.' 같이 사용자에게 AI를 사용한 결과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면 AI를 활용하는 의미가 없는 것이겠죠.
02. Screen Everywhere - "화면은 클수록, 밝을수록, 어디에나 있을수록 좋다"
전자제품이 복잡해지고 고도화되며 가장 많은 수혜를 본 업종을 꼽으라면 디스플레이를 빼고 이야기할 수가 없습니다. 예전에는 '화면'이라는 것이 모니터 혹은 TV에만 탑재되었지만, 최근에는 굉장히 다양한 제품들에도 화면이 탑재되고 있습니다. 단순 가전제품부터 시작해서 자동차, 보조배터리, 공구 등 여기저기 화면이 없는 제품을 찾아보기 힘든 지경이죠. 물론 다양한 사용처도 있었지만, 이번 CES에서는 밝기와 크기와 같은 디스플레이 기술의 근본적인 발전도 눈에 띄었습니다.
BIGGER DISPLAY, IMMERSIVE EXPERIENCE
대형화되어 가는 TV 크기에 대한 내용은 CES2024에서만 나타난 트렌드는 아닙니다. 그동안 기술이 발전하면서 TV는 점점 커져 왔죠. 다나와에 따르면 2021년 8월에 비교해서 2022년 8월에는 국내시장의 70인치 이상 대형 TV 판매량 점유율이 18.4%에서 25.2%로 성장 (▲6.8%)했다고 합니다.
과거 기술력의 상징으로 소수의 제조사들만이 만들 수 있었던 '초대형 TV'는 제조난도가 낮아지고, 노하우가 쌓이며 더 많은 업체들에게 허용되기 시작했습니다. CES2024에서 TCL은 163인치의 MicroLED TV와 115인치의 QD-MiniLED TV를 발표하였고, Hisense는 98인치와 110인치의 MiniLED TV, ULED와 ULED X를 공개하며 초대형 TV 시장에 불을 지폈습니다. 중요한 점은, 삼성과 LG와 같은 '프리미엄' 제조사 외에 TCL과 Hisense 같은 대만/중국 업체들이 대형 TV 전쟁에 참여하며 가격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례로, 98인치와 110인치 ULED, ULED X 모델 외에도 TCL의 보급형 TV 'S시리즈'에 85인치 모델이 새로 추가되었으며, 중급형 'QM7 시리즈' 라인업에는 98인치 모델이 추가되었죠. 그동안 '초대형 TV'는 높은 소득 수준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라면 쉽게 구입하기 힘들었는데, TCL이나 Hisense 같은 가성비 메이커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높은 품질의 TV를 구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물론, 삼성과 LG가 가만히 놀고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삼성은 이번 CES에서 140인치 MicroLED TV를 공개하였고, LG전자는 98인치 QNED TV와 136인치 MicroLED 사이니지 MAGNIT을 공개하며 맞불을 놓았습니다. 다만, 국내 업체들은 더 이상 '세계 최대' 같은 키워드에 집착하진 않는 모양입니다. 밝기를 끌어올리고, 색재현율을 끌어올리고, 정교하게 LED를 제어하는 기술혁신에 집중하는 모양새로, '큰 크기'를 내세우고 있는 업체들과 차별화되는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BRIGHTER DISPLAY, QUALITY EXPERIENCE
TV 스크린은 놀라울 정도로 밝아지고 있습니다. LG전자의 G4 OLED TV는 2세대 META 기술이 적용된 MLA OLED 패널이 적용되어 최대 3,000 니트에 도달할 수 있고, 삼성전자의 OLED TV 역시 3,000 니트, MicroLED TV는 4,000 니트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오스트리아의 TV 제조기업 C SEED가 공개한 N1 Folding Outdoor TV도 최대 4,000 니트에 도달할 수 있고, TCL의 플래그십 TV인 Q시리즈 QD-MiniLED TV는 최대 5,000 니트 이상, Hisense의 110UX 모델은 최대 10,000 니트 밝기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더 밝은 디스플레이는 일반적으로 더욱 좋은 시청 경험과 연결됩니다. 예를 들어,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들은 야외의 강한 태양광 아래에서도 선명한 화면을 보여주기 위해 밝은 밝기를 낼 수 있는 패널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아이폰 15시리즈는 최대 2,000 니트의 HDR 밝기를, 갤럭시 S24 시리즈는 최대 2,600 니트의 HDR 밝기를 낼 수 있죠. TV 역시 마찬가지로, 패널이 표시할 수 있는 HDR 밝기가 높으면 태양을 등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선명한 화면을 즐길 수 있고, 영화의 어두운 부분은 더욱 어둡게, 밝은 부분은 더욱 밝게 표시하여 보다 현실감 있는 미디어 시청 경험을 완성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MiniLED/MicroLED의 로컬디밍 구역도 세분화되고 있습니다. 최근 출시되는 다양한 MiniLED 제품들은 OLED 제품 대비 더욱 쉽게 높은 밝기를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로컬디밍 (Local Dimming) 기술을 활용하여 특정 영역 (Zone)을 끄고 켤 수 있기 때문에 기존 LCD 대비하여 훨씬 높은 명암비를 가지는 것이 특징이지만, 이 '영역'을 세분화하여 정교하게 제어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초창기에 출시된 MiniLED 제품들은 적은 로컬디밍 존 숫자를 가지고 있었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최근 출시되는 MiniLED 디스플레이들은 꽤 많은 로컬디밍존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례로, TCL은 CES2024에서 선보인 115인치 TV에 20,000개 이상의 로컬디밍존을 구현했고, Hisense는 110인치 TV에 40,000개 이상의 로컬디밍존을 구현했습니다.
DISPLAY EVERYWHERE
TV나 모니터 이외 제품에 탑재된 디스플레이도 눈에 띄는 요소였습니다. 특히 글로벌 가전 업체 중에서는 삼성전자가 가장 적극적으로 다양한 가전제품에 디스플레이를 도입하며 연결되는 스마트홈 사용자경험을 선보였습니다. 삼성전자가 'Multi Screen Interconnectivity (상호 연결되는 다중 화면)'라고 부르는 이 경험은 나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스크린을 통해 집안의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동안 누군가가 집 초인종을 누른다면 우리는 하던 요리를 중단하고 인터폰 앞으로 이동해서 손님을 확인해야 하겠죠. 그러나 인덕션에 화면이 탑재되어 있고, 이 시스템이 스마트홈과 연동된다면 인덕션의 화면에 문 앞에 누가 와 있는지 바로 보여줄 수 있을 겁니다. 휴대폰을 다른 장소에 두고 집안일을 하는 중에도 누가 전화 하는지 확인할 수 있고, 급한 경우에는 직접 전화를 받을 수도 있겠죠.
차량에도 디스플레이가 여기저기 적용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사이드미러와 룸미러는 디지털 방식의 미러로 대체되고, 차량 계기판 또한 하나의 디스플레이로 바뀌고 있고, 뒷좌석에 콘텐츠를 볼 수 있는 능동형 모니터 시스템이 탑재되며, 다양한 버튼과 흑백 스크린으로 구성되던 차량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또한 하나의 큰 디스플레이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화면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모바일 액세서리에도 화면이 탑재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모바일 액세서리 브랜드 SHARGE (원래는 컴퓨터 파워 서플라이를 만들던 회사였는데, 최근 액세서리 사업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는 배터리 충방전 상태를 나타내는 화면이 탑재된 보조배터리와 어댑터를 선보였고, UGREEN도 충전기 연결 상태에 따라 각기 다른 표정을 LED 화면에 표시하는 충전기 어댑터를 선보였습니다.
또한, 유리와 창문이 차지하던 영역을 디스플레이로 대체하려는 시도 또한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만의 ITRI는 관광버스 혹은 지하철, 셔틀버스 등에 적용할 수 있는 AR Interactive Vehicle Display를 선보였습니다. 해당 디스플레이는 단순 투명으로 보이는 디스플레이일 뿐만이 아니라 터치가 가능하여 사용자와 능동적으로 교감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죠. 물론 이런 시도가 처음은 아니고, 이미 2020년에 LG디스플레이가 베이징과 심천 지하철에 노선도를 표기할 수 있는 55인치 투명 OLED를 공급했던 적이 있습니다.
예전에 현대에서 공개했던 사회공헌 프로젝트 중 '재잘재잘 스쿨버스'라는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스쿨버스 유리창에 특정 화면을 표시하고, 사용자들이 그 위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쓰고, 그 결과물을 외부와 통신하여 소통/교감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디스플레이를 차량에 탑재하는 프로젝트였는데요, CES2024에서 선보여진 기술을 조합하면 이 '재잘재잘 스쿨버스'가 실제로 실현되는 것이겠죠. 😃
03. Invisible Everywhere - "보여주기 위한 기술에서 양산까지"
기왕 투명한 창문 이야기를 했으니, 이번 쇼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투명 디스플레이' 이야기를 빼먹을 수는 없겠죠. 이번 CES에는 삼성과 LG가 각각 투명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신제품을 공개하면서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LG는 양산형 투명 OLED TV와 함께 투명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콘셉트 제품들을 공개했고, 삼성은 기존에 자사가 공개했던 투명 Flexible OLED보다 한 차원 진보한 투명 MicroLED 제품을 공개하며 맞불을 놓았죠. 두 디스플레이의 차이점이나 기술적인 내용은 추후 삼성과 LG전자의 CES 전시 물품을 다루는 글에서 설명해 볼 예정입니다.
LG전자는 투명 디스플레이를 이용한 제품을 빠른 시일 내에 양산해서 소비자에게 전달할 계획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관계자에 의하면 LG는 77인치 크기의 SIGNATURE OLED T 제품을 올해 안에 출시할 계획이 있다고 합니다. 추가적으로 LG는 진공관 앰프 분위기가 나는 투명 OLED 탑재 소품인 LG Dukebox 콘셉트도 공개하였는데, 가격은 알려진 바가 없지만 투명 디스플레이의 상용화를 염두에 두고 기획된 콘셉트 제품이라고 느껴졌습니다. 그동안 CES와 같은 '쇼'를 위한 기믹이었던 투명 디스플레이는 점차 우리들의 삶과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04. BETTER, TOGETHER, EVERYWHERE. - "협력이 필요하다면 경쟁사여도 괜찮아!"
작년에는 스마트홈에서 새로이 제정된 'Matter' 표준이 강력한 화두였습니다. 스마트홈 솔루션 표준을 제정하여 그동안 각기 다른 규격으로 개발되어 파편화된 생태계를 통합하기 위한 첫 발걸음이었죠. 작년 CES 기조연설에 나섰던 다양한 기업들은 Matter를 필두로 스마트홈뿐만이 아니라 각자가 잘할 수 있는 영역에서 협력을 확장, 더 좋은 사용자 경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습니다. 올해는 그러한 각오가 현실로 이뤄지기 시작한 한 해였습니다.
Aqara, Matter 표준을 지원하는 새로운 스마트홈 상품 공개 및 출시
스마트홈에 관심 있는 사용자들이라면 'Aqara (아카라)'라는 브랜드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아카라는 SmartThings, Google Home, Apple Home 등 다양한 플랫폼을 지원하는 홈 IoT 상품을 출시하며 인지도를 쌓아 나가고 있죠. 아카라는 기존 출시된 일부 제품군에 Matter 대응 업데이트를 배포하였으며, 새로 출시되는 Aqara M3 스마트홈 허브를 포함하는 장치들에서 Matter를 네이티브로 지원합니다. 즉, 기존에는 Aqara의 플랫폼을 통해 다른 장치 시스템과 연동해야 했다면 새로운 허브는 SmartThings나 Google Home과 같이 Matter를 지원하는 플랫폼에 직결시킬 수 있게 된 것이죠.
구글 - 삼성의 무선 파일 공유 시스템 Quick Share 통합
올 해는 '대 통합'이 스마트홈을 넘어 다양한 영역에서 선보여졌습니다. 포문은 삼성과 구글이 열었습니다. 최근 'BETTER TOGETHER (함께 하면 더 좋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밀며 안드로이드 제품들 간의 생태계 통합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구글은 CES 2024 직전, 삼성의 Quick Share와 구글의 Nearby Share를 통합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배경은 이렇습니다. 애플이 강력한 AirDrop으로 자사 제품을 통합하는 동안 구글은 Android의 파일 전송 시스템을 통합하는데 실패했습니다. 구글이 2020년에 공개한 Nearby Share가 모든 Android 제품에 탑재되었지만, 제조사들은 이미 유사 솔루션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었고, 대부분은 Nearby Share에 올라타는 대신 각자 개발하는 쪽을 선택하고야 맙니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였죠. 이전의 '링크 공유'* 기능과 'Quick Share', 보안 공유 기능 'Private Share'**, Android 기능인 'Nearby Share'***, OS를 가리지 않는 Web-link Base 공유 솔루션 Dropship까지 하나의 갤럭시에 여러 개의 솔루션이 난립하고 있었습니다. 사용자들은 제각기 다른 사용처를 가진 솔루션 때문에 혼란스러워했고, 그 중 어느 하나도 AirDrop 만큼의 대표성을 지니지 못했죠. 공유 솔루션 춘추전국시대는 구글이 Nearby Share를 삼성의 Quick Share로 통합하면서 일단락되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제3의 이름을 붙이지 않고 삼성이 사용하던 'Quick Share' 이름을 계승했다는 점입니다. 멀티윈도우 등 이전 선례들에 이어 삼성의 기능이 안드로이드에 기본으로 포함된 또 하나의 사례가 된 셈이죠.
*링크 공유 기능은 OneUI 4.0부터 Quick Share로 통합됨
** Private Share 기능은 OneUI 6.0부터 Quick Share로 통합됨
*** Nearby Share 기능은 2024년 2월부터 Quick Share로 통합됨
LG전자 등 OEM 기업의 시스템에 Quick Share 프리로드 개시
얼마 전, 삼성은 자사 갤럭시북에서만 사용할 수 있던 Quick Share 시스템을 인텔의 LAN과 블루투스 모듈이 장착된 모든 Windows 기기에서 동작할 수 있도록 개방하였습니다. 구글은 한 발 더 나아가 다양한 장치 제조사들과 협약을 맺고, Quick Share를 출하 시 프리로드할 수 있게끔 장려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이 대열에 동참한 제조사는 LG전자로, LG의 Windows 노트북을 구입하면 Quick Share가 프리로드 된 상태로 출하됩니다. Microsoft의 Windows를 사용하는 LG전자의 노트북에 구글과 삼성의 파일 공유 솔루션이 탑재되는 것이죠. 그야말로 생태계 대통합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삼성 - Microsoft의 협업을 통한 새로운 Teams 웹캠 경험 지원
이번 CES2024에서 삼성전자는 갤럭시북에서 갤럭시 휴대전화를 웹캠으로 사용하는 기술을 공개했습니다. 이는 애플이 iOS16에서 공개한 아이폰을 Mac에서 웹캠으로 사용하는 기술의 연장선 상에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삼성은 Microsoft와 협력, Microsoft Teams에서 해당 기술을 지원할 수 있도록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CES 현장에서는 Windows 카메라 앱과 Microsoft Teams에서 무선으로 휴대전화를 웹캠으로 사용하는 기술이 시연되었습니다.
구글 - LG, TCL, Hisense TV에 Chromecast Built-In 발표
구글은 LG전자, TCL, Hisense 등 TV OEM들과 협력하여 일부 TV에 Chromecast 시스템을 탑재하기로 발표하였습니다. 기존 OEM들의 스마트 TV에서도 유튜브 앱 내부에서 영상을 전송하는 등 제한적인 Chromecasting이 가능하였습니다만, 이는 TV가 Chromecast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YouTube나 브라우저 앱 내부에서 Chromecast를 구현했던 것이었죠. 우선 소비자용 TV가 아니라, 호텔에 납품되는 비즈니스 스펙의 LG TV부터 포함된다고 합니다. 호텔 TV에서 영상을 보기 위해 소비자가 TV에 직접 로그인하는 불편함을 없애기 위함으로 풀이됩니다.
Qi2 표준으로 연결되는 모바일 디바이스
사실 스마트홈만큼이나 파편화되어 있는 시장은 바로 무선충전 시장입니다. Qi 표준 규격을 지원하는 무선충전기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어떤 휴대전화는 15W로 충전이 가능하고, 어떤 휴대전화는 5W로 충전되는 불상사가 왕왕 있었죠. 예를 들어, iPhone은 15W 무선 충전을 지원하지만 Qi 지원 무선충전기에서는 7.5W로만 충전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MagSafe 인증 무선충전기 위에서는 15W로 충전할 수 있죠. 안드로이드 휴대전화는 Qi 지원 무선충전기에서 최대 15W로 충전할 수 있지만, MagSafe 인증 충전기에서는 최대 5W로만 충전됩니다. Qi2는 이런 문제를 해결합니다. 애플의 MagSafe에 사용된 Magentic Power Profile이 Qi2 표준에 포함되며 Qi2 인증을 받은 모든 무선 충전기는 아이폰과 안드로이드를 가리지 않고 최대 15W로 충전할 수 있는 공평한 세상이 열리는 것입니다.
<2부에서 이어집니다>
'EVENT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 [CES2024 참관기] ③ '로보틱스, 메타버스, 헬스케어, 산업' 트렌드 TOP 4 (1) | 2024.01.26 |
|---|---|
| [CES2024 참관기] ② 'Mobility' 트렌드 TOP 4 (2) | 2024.01.23 |
| [2023 지스타 참관기] 이노베이션의 2023 지스타 (G*STAR) 참관기 (0) | 2023.12.12 |
| [2023 월드 IT 쇼 참관기] 이노베이션의 2023 월드 IT 쇼 둘러보기 (0) | 2023.06.02 |
| [2022 지스타 참관기] 이노베이션의 2022 지스타 (G*STAR) 참관기 (0) | 2023.04.24 |
